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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상징 김제동, 그가 우리를 치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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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상징 김제동, 그가 우리를 치유한다

입력
2016.10.28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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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 블랙리스트’하면 대번에 떠오를 이름입니다. 김제동.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노제 사회를 본 일로 MB정부 때 적지 않은 곤욕을 치렀습니다. 아직 여운은 있습니다. 얼마 전 “문선대 시절 사령관 사모님을 ‘아주머니’라 불렀다가 영창에 갔다”던 옛날 발언 때문에 국회와 갈등을 빚기도 했습니다. 그가 책을 냈습니다. 동네 형 같은 느낌을 주는 그답게 책이름도 말 한마디 툭 던지듯 ‘그럴 때 있으시죠?’입니다. 밑도 끝도 없지만 왠지 ‘네, 맞아요’라고 대답하고 싶어집니다.

어릴 적 ‘아빠 없는 아이’로 자라면서 겪었던 일들, 그리고 군대 시절 문선대를 거쳐, 지방 축제나 놀이공원의 명사회자로, 방송계로 진출하는 과정에서 보고 느끼고 배운 것들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들을 풀어놨습니다. 김제동스러운 재담이 넘칩니다. 그 가운데 제일 궁금한 건 역시 ‘좌파’ ‘종북’이라는 비난에 대한 얘기들입니다. ‘정치적 낙인’은 한 개인에게 엄청난 상처이기 때문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노제에 이어 추도식 사회를 본다 했을 때 “VIP께서 많이 걱정하신다”는 말을 전하기 위해 찾아온 국정원 직원이 있었다고 합니다. 사찰 대상에 올랐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정작 김제동은 태연합니다. 사드 반대 때문에 경북 성주에 가서는 “솔직히 여러분들도 1년 전만 해도 ‘김제동 저거 약간 빨갱이 같다’고 하지 않았냐”고도 합니다. SBS ‘힐링 캠프’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좋아하는 연예인으로 자신을 꼽았다는 증거를 내놓기도 하고, 어떤 페이지에선 “내 고향에 대한 정보가 잘못 돌아다니고 있다. 난 종북이 아니라 경북이다”라고 외치기도 합니다. 물론 심각한 순간도 있습니다. 가족들입니다. 불안해하고 힘들어합니다. 그래서 집에 가면 술 마시고 자버린다고 합니다. 어느 날 잠든 척 했더니 머리맡에 앉았던 어머니가 “아이고 야야, 니 빨갱이 아이제?”라고 하더라는 얘기도 써뒀습니다. 마음이 묵직했을 법합니다.

김제동은 오히려 우리를 위로합니다. 피해자 이미지가 불편하다고 합니다. “저보다 훨씬 더 어려운 환경 속에서 이런 이야기를 할 수조차 없는 분들에게 더 관심이 집중되어야 맞죠.” “게다가 저는 보호 받을 가능성이 높아요. 옛날처럼 불법으로 저를 잡아가서 며칠 동안 가두면 난리가 나겠죠.” “군사독재 시절에 끌려가 투옥되거나 고문을 당한 분들께 부끄러워요.” 한때 김제동에게 심리상담을 했던 정신과 정혜신 박사가 김제동을 이렇게 불렀다 합니다. ‘상처 받은 치유자’.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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