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야구(MLB) 시카고 컵스가 71년 만에 월드시리즈에 진출해 108년 만의 우승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컵스가 마지막 월드시리즈 우승한 해인 1908년에 태어난 열성 팬들이 잇따라 등장해 분위기를 돋우고 있다.
시카고 트리뷴은 27일(현지시간) 현존 최고령 컵스 팬으로 추정되는 메이블 볼(108)과 비비안 바론(108) 두 할머니의 근황과 컵스와의 사연을 전했다. 볼 할머니는 컵스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를 상대로 월드시리즈를 제패한 1908년 여름, 시카고 북부 교외에서 목장을 운영하는 컵스 팬 가정에 태어났다. 그는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목장 일을 돕느라 늘 바빴지만, 라디오로 컵스 경기를 들으며 열심히 응원했다”며 “요즘은 저녁 7시면 잠자리에 들어 야간에 주로 하는 경기를 보기가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시카고 교외 도시 노스브룩의 노인아파트에 사는 볼 할머니는 다섯 자녀가 컵스 홈구장 리글리필드에서 90번째 생일을 기념해주었다고 자랑을 늘어놓기도 했다. 리글리필드 첫 방문이었다. 그는 1900~1920년대 조 팅커(1880~1948) 조니 에버스(1881~1947) 글로버 크리블랜드 알렉산더(1887~1959) 등이 활약한 때를 컵스 전성기로 기억했으며, ‘원조 유격수 슬러거·미스터 컵’ 등으로 불리다 지난해 타계한 컵스 최초의 흑인 선수 어니 뱅크스(1931~2015)를 가장 좋아하는 선수로 꼽았다.
1908년 초봄 일리노이 중부에서 태어나 현재 캔커키의 양로원에 사는 바론 할머니도 둘째가라는 서러울 정도의 컵스 팬. 간호대학 졸업 뒤 주립병원 수술실에서 평생 근무한 그는 작고한 남편과 나란히 앉아 라디오와 TV로 컵스 경기 중계를 보고, 신문 기사를 챙겨 읽곤 했다며 리글리필드로 응원을 나간 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에 불과하지만 늘 관심을 갖고 지켜봤다고 말했다.
바론 할머니는 컵스 2루수(1982~1994년ㆍ1996~1997년) 출신으로 필라델피아 필리스 감독을 역임(2013~2015)한 라인 샌드버그(57)를 좋아하는 선수로 들었다. 그는 “올해는 꼭 컵스 우승을 보고 싶다”며 “월드시리즈에서 패한다면 아주 속상하겠지만, 우린 늘 그래 왔듯이 또다시 극복할 것이다. 그게 컵스 팬”이라고 말했다.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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