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ㆍ세계 24개국 만장일치 합의
한반도 7배 넘는 보호구역 설정
“해양 생물ㆍ광물 자원 채취 불가”
북극 등 보호 지정도 활발해질 듯
‘지구의 마지막 원시 바다’ 남극 로스(ross) 해에 세계 최대 면적의 해상보호구역(MPA)이 지정돼 향후 35년간 어업활동이 전면 금지된다. 국제적 합의에 의한 첫 해양보호구역에서 과학자들은 앞으로 해양 생태계 기능과 기후 변화가 바다에 미치는 영향 등을 장기적으로 연구할 수 있게 됐다.
유럽연합(EU)과 세계 24개국은 28일 호주 호바트에서 열린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CCAMLR) 정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만장일치로 합의했다. 협상을 시작한 지 5년 만에 도출된 결과다.
합의 내용에 따르면,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되는 지역은 남극 로스 해 인근 155만㎢로 한반도의 7배가 넘는 넓이다. 보호구역 내에서는 앞으로 35년 동안 해양 생물은 물론, 광물 자원도 채취할 수 없다. 단, 연구 목적에 한해 특별 지정 구역에서 크릴새우와 메로를 잡을 수 있다.
남극해 남쪽에 위치한 로스 해에는 아들리 펭귄의 38%, 전 세계 슴새의 30%, 남극 밍크 고래의 6%가 서식하는 등 1,000종 이상의 해양 생물이 살 정도로 남극 해양 생태계의 보고다. 기후변화의 척도 동물인 펭귄과 고래의 주 서식지이기도 하다. 또 심해에 쌓여있는 영양물질들이 용승 작용(upwelling)에 의해 수면 위로 치솟은 뒤 조류를 타고 전 세계 바다로 퍼져 나가는 곳이어서 지구 환경에도 중요한 곳이다. 크릴새우 등 전체 해양 생태계 유지에 필요한 영양소의 75%가 이곳에서 생성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2014년에는 무게 350kg에 달하는 거대 희귀종인 콜로살 오징어가 잡혀 화제가 됐다.
문제는 최근 남획과 기후변화로 인해 생태계 개체 수가 크게 줄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곳에서 대규모 원양어업을 해 온 러시아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보호구역 설정과 관련한 CCMLR의 법적 권리에 의문을 제기하며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올해부터 환경 문제에 관심을 보이면서 ‘합의가 나올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중국 역시 협상 과정에서 “보호 기간은 20년이면 충분하다”며 보호 기간을 줄일 것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0년은 고래 등 해양 생물들의 서식 환경이 제대로 자리 잡기엔 너무 짧다”는 의견이 최종 수용됐다. 그간 국제사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과학적 연구 목적”이라는 이유로 밍크 고래 등을 포획해 온 일본의 향후 움직임에도 관심이 쏠린다.
환경운동가들은 즉각 환영하고 나섰다. 특히 북극 등 다른 바다에서도 보호구역지정 작업이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남극해 해양보호구역 설정 운동을 추진해 온 남극해보존연대(AOA)는 “공해에 이처럼 대규모 보호구역이 설정되기는 처음”이라며 “중대한 합의”라고 평가했다. 로스 해를 처음 발견한 영국 제임스 클라크 로스의 후손 필리파 로스 씨도 영국 BBC 방송에 “올해는 제임스 경이 로스 해를 처음 발견한 지 175주년 되는 해”라며 “가문의 유산이 보호 구역 지정이라는 영광을 얻게 돼 더욱 자랑스럽다”라고 말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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