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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투약 확실해 긴급체포된 전과자 무죄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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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투약 확실해 긴급체포된 전과자 무죄난 이유

입력
2016.10.28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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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대법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차량 접촉 사고가 나서 그런데 좀 나와보세요.”

경찰관이 마약 전과자 한모(50)씨에게 전화를 걸며 집 밖으로 유인했다. 지난해 7월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의 한씨 집 앞에서 벌어진 일이다. “한씨가 마약으로 출소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또 자기 집에서 마약을 투약한다”는 제보자의 전화를 받자마자 한씨를 체포하기 위해 곧장 출동한 것이다.

한씨 집 부근에 다다른 경찰관은 먼저 한씨가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먼발치에서 사진으로 찍어 제보자에게 보내주고 “이 사람이 한씨가 맞다”는 대답을 듣고는 그를 집 밖으로 불러내 붙잡으려 했다. 하지만 한씨는 “집이 아니고 먼 곳에 있다”고 거짓말하며 전화를 끊었다. 한씨 집 문을 두드린 경찰은 반응이 없자 강제로 문을 따고 들어가 한씨를 찾았다. 한씨는 침대 밑에 누워 숨어 있다가 잡혔다. 한씨는 필로폰 투약사실을 자백하고 왼쪽 팔뚝에 있던 주사흔까지 보여줬다. 경찰은 미란다원칙을 고지하면서 그를 긴급체포했다. 한씨는 소변 검사에서도 양성 반응이 나왔다.

이처럼 명백한 마약투약 사실이 드러났지만 정작 재판에서는 당시 경찰의 긴급체포가 적법했는지가 쟁점이 됐다. 형사소송법은 증거를 없애거나 도망갈 염려가 있고,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우연히 발견한 경우처럼 체포영장을 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을 때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1심은 “시일 경과에 따라 몸에서 마약 성분이 희석ㆍ배설돼 증거가 사라질 위험성이 농후하다”며 긴급체포의 적법성을 인정하면서 한씨에게 징역 1년 2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2심은 “한씨의 전화번호와 주거지 등을 모두 파악한 경찰이 제보자를 조사하는 방식 등으로 소명자료를 준비해 체포영장을 발부 받을 수 있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위법한 긴급체포로 수집한 현장사진과 소변검사 결과 등은 모두 증거로 인정되지 않은 것이다. 한씨의 자백도 본인에게 불리한 유일한 증거라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8일 밝혔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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