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슬그머니 운을 뗐다. “너 요즘 그 사람 종종 만나?” 응? 되묻던 친구가 내 질문의 뜻을 알아채고선 까르르 웃었다. “아무 사이 아냐. 그냥 일 때문에 몇 번 만난 거야.” 나는 헤벌쭉 웃으며 안도했다. 괜한 오지랖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친구가 아무개 문인을 만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 때에 마음이 편치 않았던 것이다. 친구가 내 옆에 바짝 다가앉았다. “왜 그래? 그 사람 별로야?” 나는 조금 어물쩡거리며 대답했다. “다른 건 몰라도 여자 문제는 나빠. 그러니까 행여 연애 같은 건 하지 마.” 나는 왜 친구에게 그런 말을 했을까. 아무개 문인의 연애사에 대해 훤히 알고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가 나쁜 짓을 하는 것을 내 눈으로 확인한 적도 없었다.
어젯밤 트위터에 올라온 그의 성폭력 사과문을 읽었다. 그를 고발하는 글은 내 상상의 수위를 한껏 뛰어넘는 일이었지만 어쨌거나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그럴 줄 알았어. 나는 내가 시시한 고자질쟁이가 아니었다는 사실에 안도했었나? 트위터에는 문화계 성폭력 가해자들의 반성문이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 가해를 수수방관했다는 이유로 아무개 문인들이 성토되기도 한다. 아무 것도 몰라 아무 것도 도와주지 못했다는 여성 문인들의 연대가 이어지고도 있다. 알고 있었으면서도 말리지 못한 남성 문인들의 사과문 또한 올라오고. 나는 이것이 아주 비겁한 권력형 폭력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면서 그저 개인의 됨됨이 문제로 미루었었나? 그 사이에 다른 아무개 문인의 사과문을 더 읽었으나 이런, 또 짐작했던 사람이다. 진작 연대하지 못한 내가 부끄러워 죽을 지경이다.
소설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