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례 3인조’ 17년 만에 누명 벗었다

28일 재심 공판서 무죄 선고 받아

재판부 “자백 진술 일관되지 않아”

피고인들 “이제 새 출발 하겠다”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사건 피고인들이 20일 재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직후 지인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만세를 부르고 있다.

경찰과 검찰에 의해 살인범이란 누명을 쓰고 실형을 산 전북 완주군 삼례읍 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사건의 피고인 3명에게 법원이 17년 만에 무죄를 선고했다.

전주지법 형사1부(부장 장찬)는 28일 강도치사 혐의로 기소돼 각각 징역 3~6년을 선고 받고 복역한 최대열(37), 임명선(38), 강인구(37)씨에 대한 재심 선고 공판에서 “피고인들의 자백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합리적이지 않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17년간 크나큰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겪은 피고인들과 그 가족 여러분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재심 대상 판결이 유죄로 판단한 것은 피고인들이 자백했다는 점에서 크게 주목했다. 법원으로서는 설령 자백했더라도 정신지체로 자기 방어력이 부족한 약자들이라는 점을 살펴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자백에 대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부분에 대해 면밀히 살피지 못한 것이 매우 아쉽고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법원은 앞으로 지적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방어권 보장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 직후 최대열씨는 “이제 무거운 짐을 내리고 부모님이 좋은 나라로 가시게 됐다. 새 출발하겠으며 국민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임명선씨도 “제가 교도소에 있을 때 돌아가신 아버지가 하늘나라에서 기뻐할 것”이라며 “새출발 하는 의미에서 앞으로 열심히 살겠다”고 말했고, 강인구씨는 “오랜 시간 여러 사람이 도와줘서 고맙다”고 심경을 밝혔다.

‘삼례 3인조’를 변호한 박준영 변호사는 “이번 재심 결심 결정의 사유는 무죄를 입증할 명백한 증거가 있었다는 것”이라며 “사건 책임자들이 왜 사건을 조작하고 진범이 나타났는데도 왜 풀어줬는지에 대해 책임자들이 반성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전주지법 제1형사부는 지난 7월 '삼례 3인조'의 재심 청구를 받아들이고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재판부는 사건 발생 후 ‘삼례 3인조’가 처벌을 받았지만 올해 초 이모(48)씨가 자신이 진범이라고 양심선언을 한 데다, 유족이 촬영한 경찰 현장검증 영상 등을 토대로 무죄를 인정할만한 새롭고 명백한 증거가 있다고 판단했다.

‘삼례 3인조’는 1999년 2월 6일 오전 4시쯤 전북 완주군 삼례읍 나라슈퍼에 침입해 유모(당시 76세) 할머니의 입을 테이프로 막아 숨지게 한 혐의로 각각 징역 3~6년을 선고받고 복역을 마쳤다. 이들은 지난해 3월 “경찰의 강압수사 때문에 허위자백을 했다”며 전주지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한편 검찰은 판결문을 받아본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