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관광 넘어 콘텐츠 대폭 확장
국내 최장 150m 산악다리 압권
‘태후’ 촬영지서 병영체험까지
26일 오후 3시쯤 경기 파주시 군내면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제3 땅굴 전시관.
국내외 관광객 20,30명이 내부를 둘러보고 있을 뿐, 썰렁한 모습이었다. 날씨가 흐리고 쌀쌀해 평소보다 관광객이 줄어든 탓도 있었으나 지난해부터 이어진 북핵 위기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논란 등으로 외국인, 특히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했기 때문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었다. 강선희 파주시 관광진흥센터 민북관광팀장은 “안보위기 등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정부가 사드 배치를 발표하면서 중국인 관광객이 20,30% 정도 줄어든 게 사실”이라고 했다.
관광객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파주시의 외국인 관광객은 2013년 189만여 명에서 2014년 152만여 명, 지난해 112만여 명으로 3년 새 무려 40% 이상 급감했다.
도라산전망대와 제3 땅굴, 태풍전망대, 열쇠전망대 등 이른바 안보관광지의 감소 추세폭도 두드러진다. 올 들어 6월까지 안보관광지를 찾은 관광객은 26만5,695명으로 2014년 같은 기간 30만2,457명의 87% 수준에 그쳤다. 이날도 제3 땅굴을 찾은 관광객은 외국인 1,200여명을 포함해 2,500여명에 불과했다. 전년 비슷한 시기의 하루 평균 관광객 4,000~5,000명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지난해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50~60%에 이르던 중국인 관광객은 올 들어 30~40% 수준으로 줄었다고 강 팀장은 전했다.
이처럼 안보관광객이 국내외 여건 등으로 줄어들면서 바짝 긴장하고 있는 곳은 파주시다. 관광객이 감소하면 지역경제가 휘청거릴 수밖에 없고, 결국 지방재정 감소와 주민복지 축소 등으로 이어져 서민의 삶의 팍팍해지기 때문이다. 최근 파주시가 감악산 출렁다리ㆍ임진강 곤돌라 등 눈에 띄는 관광 콘텐츠를 선보이거나 구상하며 안간힘을 쏟고 있는 이유다. 한경준 파주시 정책홍보관은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양한 콘텐츠로 승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가슴이 철렁’… 감악산 출렁다리
파주시가 침체된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지난 22일 야심 차게 선보인 대표 상품이 바로 28억 원짜리 감악산(675m) ‘운계출렁다리’다. 국내에서 가장 긴 산악 다리로 그 길이만 150m(폭 1.5m)에 이른다. 산의 양쪽 계곡을 서로 연결하는 현수교 형태의 다리는 40mm짜리 케이블이 4겹으로 묶여 양쪽 아래위로 붙잡고 있다. 파주시는 몸무게 70㎏ 성인 900명이 동시 통행가능하며 초속 30m의 강풍도 견딜 수 있다고 했다.
다리 부근에는 21㎞ 순환형 둘레길과 힐링을 주제로 한 11만7,000㎡ 규모의 테마공원도 조성했다. 설마천을 따라서는 적성 시외버스터미널부터 설마리까지 6㎞ 구간 도로 양 옆에 청ㆍ홍단풍 1,200그루도 심었다. 2011년 홍수 때 피해를 본 계곡 주변 음식점 29곳은 구곡빌리지(먹거리촌 1만7,400㎡) 한 곳에 모았고, 자연학습체험장(6,300㎡)과 수변 광장(670㎡), 주차장(72면) 등도 조성해 관광객의 발길을 유혹하고 있다.
▦임진강 곤돌라 등… ‘제2의 도약’ 준비
파주시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 촬영지 캠프 그리브스를 곤돌라를 타고 방문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임진각∼캠프 그리브스 1㎞ 구간을 연결, 한 칸에 10여명을 태울 수 있는 곤돌라(16대 안팎)를 운행한다는 구상이다. 임진각 관광객은 이르면 2018년부터 이 곤돌라를 타고 북녘 땅을 바라보며 임진강을 건넌 뒤 캠프 그리브스를 둘러보고 병영체험도 할 수 있다. 사업비는 모두 233억 원이다.
시는 또 내년까지 9만5,000㎡인 임진각 관광지를 47만7,000㎡로 확대하고 이중 3만2,000㎡에 전국 최대인 450면 이상 규모의 복합캠핑장을 조성할 방침이다. 이곳에는 DMZ 생태관광지원센터, 습지센터, 6ㆍ25전쟁 납북자기념관도 들어선다.
▦볼거리와 건강을 한번에 …축제도 풍성
파주시는 국내 최대 책 축제인 ‘파주북소리’부터 ‘개성인삼축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마련해 관광객에게 손짓하고 있다. 매년 10월 열리는 ‘파주 북소리’는 출판도시 입주사와 외부 출판사, 관련 단체 등이 참여해 인문, 지식, 문화, 예술 등 다양한 행사를 선보이는 축제다.
파평면 율곡(栗谷) 이이의 유적지와 법원읍 일대에서 열리는 ‘율곡문화제’, ‘파주 헤이리 판 아트 페스티벌’ 등은 지역 고유의 자원을 활용한 유인책이다. 고려인삼의 명맥을 잇기 위한 ‘개성인삼축제’는 6년근 수삼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데다 다양한 인삼 요리를 접할 수 있어 매년 수십만 명이 찾는 ‘대박’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시는 민통선 청정지역에서 재배된 명품 농산물 장단콩을 주제로 ‘장단콩축제’를 여는 등 농특산물 활로 개척에도 힘쓰고 있다.
유명식기자 gia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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