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발 등 12가지 항목 검사 건강ㆍ생활에 실질적 도움”
“유전자로 운명이 다 정해지는 건 아니다. 환경에 따라 후천적으로 달라지는 부분도 많다. 유전자 검사는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꾸는 수단이 될 수 있다.”
26일 서울 가산동 마크로젠 본사에서 만난 정현용(48) 대표는 유전자 검사를 둘러싼 일각의 우려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마크로젠은 지난 25일 LG생활건강과 함께 유전자 검사 시장에 진출한다고 발표했다. 국내 생명공학 벤처기업이 대기업과 손을 잡고 이 시장에 나서는 것은 처음이다. 정 대표는 “유전자 정보와 개인의 일상 생활을 연결시키는 ‘컨슈머 지노믹스’(소비자 유전체학)를 활성화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마크로젠과 LG생활건강은 연내에 합작법인 ‘젠스토리’를 설립하고 지난 6월부터 민간업체에 허용된 피부와 모발, 혈당, 혈압, 체질량지수(비만도) 등 12가지 항목에 대한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시작한다. 이 서비스로 피부 노화 유전자 분석을 통해 자외선에 얼마나 민감한 피부인지 알면 자신에게 맞는 화장품을 고를 수 있다. 탈모 가능성도 유전자 검사로 미리 알면 모발 관리에 더 신경을 쓸 수 있다. 유전자 정보로 학습능력이나 성격 등을 ‘낙인’찍는 게 아니라 건강이나 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겠다는 시도다.
이미 바이오 기업 4곳이 이런 서비스를 펴고 있다. 소비자가 검사에 지불하는 돈은 15만원 안팎이다. 마크로젠의 기술력에 LG생활건강의 판매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란 게 양사의 기대다. 정 대표는 “데이터를 축적해 유전자 빅데이터 전문기업으로 성장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유전자 빅데이터에서 질병의 발병 양상이나 가능성 등을 분석해 소비자 스스로 대비할 수 있는 미래의학 체계를 만들겠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무분별한 검사를 막기 위해 유전자 검사만으론 의학적 판단을 내리지 못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결국 현행 법 테두리 안에서 얼마나 가치 있는 정보를 제공할 것인지가 가장 큰 고민”이라고 말했다. 검사 중 우연히 질병 가능성을 발견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 당사자에게 알리는 과정에서 의학적 판단이 개입될 수 있고, 모른 척 한다면 윤리적 문제에 부딪힐 수 있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생명공학 벤처 1세대 기업으로서 새로운 시장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소비자들이 유전자 검사를 통해 더 나은 삶을 만들 수 있도록 현 의료체계 안에서 최선의 서비스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