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520억원대 회사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부산 해운대 엘시티 시행사 이영복(66) 회장과 수행비서 장민우(41)씨를 공개수배 했다.
부산지검은 27일 이 회장의 최근 사진과 주요 혐의, 인상착의를 담은 전단을 공개했다. 전단에는 “부산 해운대관광리조트(엘시티) 개발 비리 핵심 피의자로 은행 대출금 등 거액 사기ㆍ횡령 범행으로 도주 중”이라는 문구가 담겼다. 또 다른 공개수배 전단에는 최근 수행비서로 발탁돼 이 회장의 도피를 돕고 있다는 장씨의 사진과 혐의도 담겼다. 장씨는 범인 도피 혐의로 공개수배 됐다.
이 회장 주변에는 장씨와 같은 다수의 조력자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회장이 수시로 은신처와 차량을 바꾸고 대포폰 수십 대를 바꿔 사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공개수배는 흉악범이 아닌 피의자를 대상으로 한 만큼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회장은 1998년 불거진 ‘다대ㆍ만덕지구 특혜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이다. 그는 당시 사하구 다대동 임야 42만2,000여㎡를 매입,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일반주거용지로 용도 변경해 1,000억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남겼다. 이 과정에서 정관계 로비설과 압력설에 휘말렸고 검찰에 수배까지 됐으나 2년여간의 도피생활 끝에 자수한 뒤 정ㆍ관계 로비 인사들을 언급하지 않았다. 한 재계 인사는 “그때 함구했던 것이 그가 재기하는데 도움을 줬다는 분석도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시행을 주도한 엘시티는 해운대 해수욕장을 끼고 국내 최고층 주거복합시설인 101층 랜드마크타워 등을 건설하는 사업으로, 펜트하우스 분양가격이 68억원의 고가로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검찰은 구속된 시행사 직원 등이 조성한 비자금 500억여원중 상당 부분이 이 회장에게 흘러 들어갔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 이 회장은 검찰의 소환을 받자 8월 잠적을 감춘 상태다.
부산=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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