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체감물가 현실과 달라
높은 여행비용을 물가로 오인
교통비 제외 땐 타 지역과 비슷
제주를 찾은 관광객들 상당수가 ‘제주물가는 비싸다’고 생각하는 것은 섬이라는 특성상 여행비용 중 항공료 등 교통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 다른 지역보다 비용이 더 많이 소요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 제주지역과 다른 지역과의 물가지표를 비교한 결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결국 관광객들이 느끼는 체감물가는 오해였던 셈이다.
27일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발표한 ‘관광물가지수 산출을 통한 제주지역 관광물가 현황 평가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제주소비자물가지수와 생활물가지수의 연평균 상승률은 각각 1.7%, 1.4%로 전국평균(1.9%, 1.5%)을 밑돌았다. 같은 기간 제주 생필품의 장바구니가격은 전국평균보다 2.2% 높은데 그치는 등 전국평균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 같은 물가지표와 달리 관광객들이 제주물가가 비싸다고 여기는 이유는 섬이라는 특성상 관광물가에서 항공료와 렌터카 비용 등 교통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성수기에는 항공료와 렌터카 비용, 숙박비가 모두 오르면서 전체 여행비용이 상승하기 때문으로 한국은행은 분석했다.
올들어 지난 9월까지 5개 소비부문(교통비ㆍ식음료비ㆍ숙박비ㆍ쇼핑비ㆍ오락운동문화비)로 나눠 산출한 제주관광물가는 2010년 이후 17.4% 상승해 전국 상승률(10.4%)보다 7.0%포인트 높았다. 하지만 제주관광물가 상승률은 교통비를 제외할 경우 전국에 비해 0.1%포인트 더 오르는데 그쳤다.
부문별 상승률을 전국과 비교하면 교통비는 24.8%포인트, 숙박비는 9.9%포인트, 식음료비는 2.3%포인트 각각 더 비쌌다. 쇼핑비 및 오락운동문화비는 각각 5.9%포인트, 3.7%포인트 낮게 나타났다.
제주의 경우 관광물가에서 교통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33.0%로 전국(24.4%)보다 높고, 2010년 이후 전국 교통비는 국제유가 하락으로 14.4% 하락한 반면 제주는 10.4% 상승하면서 전국보다 24.8%포인트 더 높아 관광객들의 체감도가 더 높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은 관계자는 “일반인들의 경우 물가를 실제 소비액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어 총 여행비용이 많은 드는 제주지역의 물가가 비싸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교통비 외에도 제주물가가 비싸다는 느끼는 요인은 더 있었다. 제주에서 주로 판매되는 흑돼지오겹살이나 갈치는 일반삼겹살이나 수입산 갈치보다 품질이 좋아 다른 지역에서도 비싸게 판매되지만 관광객들은 품질 차이와 가격 차이를 혼돈해 제주지역 물가가 높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또한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일부 유명 음식점인 경우 높은 초과 수요로 가격이 높게 형성되는 것은 전국 어디에서나 비슷한 현상임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체감물감을 높이는 한 요인으로 꼽혔다.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현실과는 달리 제주관광물가가 높다고 인식할 경우 제주관광의 안정적 성장이 저해될 수 있다”며 “공인기관 등의 물가정보 상시접속 체계를 구축하는 등 관광객들의 제주물가에 대한 인식전환을 유도할 수 있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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