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국철 동인천역에서 도원역 방향으로 가다 보면 나오는 철교 오른편에 자리잡은 인천 동구 금창동 배다리마을. 이 마을 한 가운데에는 작은 운동장 크기의 공유지가 있다. 지금은 메뚜기가 뛰고 흰나비, 잠자리가 날아다니는 녹색 땅이지만 이곳은 2006년 말 동구와 중구를 잇는 산업도로 건설을 위해 붉은 흙이 보이도록 파헤쳐졌었다. 하지만 주민과 시민사회단체, 문화예술인들이 마을 한 가운데를 통과하는 도로 건설에 반대하면서 공사가 중단되면서 주민들의 땅이 됐다.
주민들과 문화예술인들은 이 땅에 배추, 쪽파 등을 심어 텃밭을 가꾸고 정자도 만들었다. 쓰레기가 있으면 치웠고 사람이 모이도록 1박 2일 생태캠프, 영화제, 음악회 등도 열었다. 지난 3월부터는 배다리마을에 있는 대안미술활동공간 스페이스빔 주도로 아이들을 위한 생태놀이터 만들기에도 착수했다. 순천 기적의 놀이터 총괄기획자인 편해문 놀이터 디자이너를 초청해 강연을 듣고 아이들과 학부모, 교사 등이 아이를 위한 친환경 놀이터를 만들기 위해 직접 머리를 맞댔다.
생태놀이터는 아이들과 함께 만든 2m 높이의 나무 미끄럼틀이 일부 주민들의 민원에 의해 설치했다가 철거되고 동구청에서 공유지를 꽃밭으로 개발하려다 철회하는 등의 우여곡절 끝에 지난 25일 문을 열었다.
27일 찾은 배다리 생태놀이 숲. 오솔길을 따라 만들어진 미끄럼틀과 사다리가 달린 오르내림틀, 그물망 위에 올라앉는 해먹평상, 작은 모래놀이터 등이 눈에 띄었다. 수로에는 외나무다리와 기우뚱다리 등이 놓였고 블록상자, 넝쿨터널 등도 곳곳에 들어서 있었다. 동구청에서 꽃밭으로 개발하려고 공유지에서 골라낸 돌을 쌓아 만든 돌무덤은 새로운 볼거리가 됐다.
생태놀이터가 문을 열었지만 지난해 말부터 산업도로 공사를 재개하는 움직임이 구체화되면서 주민과 문화예술인들의 우려는 다시 커지고 있다. 민운기 스페이스빔 대표는 “산업도로 공사로 생긴 마을의 생채기를 회복시키고 아이들이 안심하고 놀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놀이터를 만들게 됐다”며 “주민들은 산업도로를 전면 지하화할 수 없다면 적어도 마을을 중간에 가로지르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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