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ㆍ우크라이나 둘러싼 마찰에
국방장관회담서 상비군 파병 결정
미국과 유럽의 군사동맹기구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ㆍNATO) 소속 국가들이 동유럽 발트3국(에스토니아ㆍ라트비아ㆍ리투아니아)과 폴란드 등지에서 군사력을 크게 증강하기로 했다. 러시아의 동유럽을 향한 미사일 배치와 플루토늄 폐기 협정 보류 등에 대응한 조치로 냉전 이후 최대 규모다. 시리아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서구와 러시아 양측의 마찰이 동유럽에서 본격적인 군비 경쟁과 ‘신냉전’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로이터통신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나토 국가들은 26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국방장관회담에서 내년 초를 목표로 동유럽 지역에 신규 병력을 파견하기로 결의했다. 나토의 계획은 4개 부대 4,000명의 상비병력과 유사시 즉시 대응할 수 있는 4만명의 예비병력을 내년 초까지 준비하고 필요한 경우 추가 병력까지 투입하는 것이다. 이는 냉전이 종료된 이후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배치되는 서구 병력 중 최대 규모다.
신규 배치 병력은 나토 동맹국 각국이 분담한다. 마이클 팰런 영국 국방장관은 루마니아에 흑해를 정찰할 타이푼 전투기를 4개월간 파견해 터키를 측면지원하고 에스토니아에도 상비군 약 800명을 보낸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캐나다와 이탈리아는 라트비아에, 독일은 리투아니아에 군사를 파견하기로 했다. 미국은 이미 올해 초 상비군 약 900명을 동부 폴란드에 파견하고 중전차와 중화기를 동유럽 전반에 걸쳐 공급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또 지난 20일에는 미국이 노르웨이에 해병대 300명 순환파병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도 나왔다.
추가 병력 파견은 러시아를 견제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새로 파견되는 4,000명은 모스크바 서쪽에 주둔한 33만명의 러시아군 병력에 대한 동맹의 신중한 응답”이라고 밝혔다.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이 달만 해도 러시아는 칼리닌그라드(발트3국과 폴란드 사이 러시아 영토에 있는 항구도시)에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배치했고 미국과의 플루토늄 폐기 협정도 보류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에 의하면 러시아 해군은 발트해에 주둔한 함대에 이미 순항미사일 발사가 가능한 초계함 2대를 추가 배치했고 최소 3대를 더 배치할 계획이다.
나토는 해상에서도 러시아와 묘한 긴장관계를 드러내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26일 러시아 정부는 러시아 해군의 유일한 항공모함인 쿠즈네초프 항공모함이 이끄는 함대가 지브롤터 해협에 있는 스페인 항구 세우타에 정박해 보급을 받으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나토는 쿠즈네초프 항모전단이 동부 지중해에 도착해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 사격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러시아 함대를 수용하지 말라고 스페인에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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