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중 행보-親日 발언 연결 안돼”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오락가락한 방일 행보를 두고 일본 언론들조차 혀를 내두르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3일간 방문 일정을 마치고 27일 필리핀으로 돌아간 두테르테 대통령을 향해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저울질하는 그를 믿을 수 없다”고 일갈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날 도쿄 지요다(千代田)구 황거(皇居)에서 아키히토(明仁) 일왕을 접견할 예정이었지만 히로히토(裕仁) 전 일왕의 동생인 미카사노미야(三笠宮) 친왕이 별세하면서 취소됐다. 그는 “일왕을 만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아쉬워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방일 기간 동안 일본에 우호적인 언사들을 늘어놨지만 일본 여론은 우호적이지 않았다. NHK는 정상회담 성과에 대해 “남중국해 문제의 ‘법에 따른 평화적 해결’을 확인했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의 미국에 대한 과격발언이 계속되고 있어 일ㆍ미ㆍ필리핀 3국 협력을 도모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진단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날 가나가와(神奈川)현 요코하마(橫浜)시에 있는 해상보안청 시설을 방문하고 미국과의 정례 군사훈련에 대해 "계속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일본 내에선 “우리는 항상 일본편에 설 것”이라는 두테르테의 발언을 두고 일주일전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만나 밀착했던 행보와 연결되지 않는다며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일관성 없는 태도는 일본과 중국 쌍방을 저울질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일본 방문 때 내놓은 발언도 귀국 후 수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두테르테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일본 정부 내에서도 갈려있다면서 “미국과 중국에 균형을 유지하고 경제협력을 끌어내려는 만만치 않은 전략가인지, 미국을 혐오하고 외교와 안보현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문제아인지 파악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두테르테의 외교기조가 복잡하지 않으며 분명한 아시아중심 외교라는 분석도 없지는 않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남중국해 문제의 법적구속력을 아베 총리에게 먼저 얘기해 깊이 들어가지 못하게 하면서 일본과 중국에 모두 받아들여지는 표현으로 균형을 잡았다”며 “등거리외교와 경제적 실리우선이 뚜렷한 특징”이라고 해석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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