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시 자원봉사자 100여명이
공원 안내ㆍ정원 관리 도맡아
‘서울로 7017’에 시민 붐비면
관리 문제 자연스레 해결될 것
“일단 번화한 곳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 시민 각자가 자율경찰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역 고가 보행길 ‘서울로 7017’ 개장이 불과 6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기대 못지않게 관리와 사고 등에 대한 우려도 여전히 크다. 이에 대해 서울로 7017의 모델로 알려진 미국 뉴욕 하이라인 공원 운영ㆍ관리 시민단체 ‘하이라인친구들(Friends of the High LineㆍFHL)’의 부대표 마틴 넴하드(37)는 “어떤 도시재생 프로젝트든 완공 이후 방치하면 단순한 기념물 이상의 의미가 없다”며 “지금부터 서울로 7017의 운영 프로그램을 차근차근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28일 서울 명동 포스트타워에서 열리는 ‘공공공간 운영혁신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 참석차 방한한 넴하드는 27일 기자와 만나 “하이라인이 그랬듯 서울로 7017도 누구든 자유롭게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민주주의가 실현되고 붐비는 공간이 된다면 사고 등 관리 문제는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하이라인 방문자는 연간 800만명에 이르지만 절도가 거의 발생하지 않고 휴대전화 등 소지품을 잃어 버려도 되찾을 확률이 높다. 그는 “주인의식을 지닌 자원봉사자 덕분에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하이라인친구들 근무자는 하이라인 성수기인 4~10월에는 200여명까지 늘어나지만 나머지 기간에는 평균 120명 정도다. 공원 상주 인원을 뺀 펀드 조성, 후원금ㆍ회원관리 등 운영 담당 직원은 45명에 불과하다. 부족한 일손은 자원봉사자의 몫이다. 이들은 공원 안내, 화훼ㆍ정원 관리 등 다양한 업무를 한다. 금전적 보상은 없지만 상시 자원봉사자가 100여명에 이른다. 넴하드는 “모든 뉴욕 시민의 공간인 하이라인을 사용자인 내가 직접 관리한다는 자부심을 고취한 게 하이라인의 성공비결”이라고 설명했다. 하이라인친구들의 운영예산도 모두 후원금으로 조달한다.
1980년까지 화물철로로 이용되다 방치된 하이라인은 철거와 보존 의견이 팽팽히 맞선 끝에 2009년 공원으로 보존됐다. 넴하드는 “뉴욕에는 센트럴파크 등 평지공원이 많지만 고가공원은 도시를 조망할 수 있는 차별성을 띤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엇보다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열린 공간을 제공해야 하는 게 공공 공간의 숙명”이라며 “이런 점에서 맨해튼 서쪽 12번가에서 30번가까지 2.5㎞ 구간을 관통해 첼시와 헬스키친, 미트패킹 디스트릭트 등 다양한 지역 주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하이라인친구들이 공공예술 프로그램과 음악 공연, 춤 강습, 가족참여 프로그램 등 다양한 계층을 아우르는 연간 400개 이상의 무료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메이카 출신으로 도시계획 석사 진학을 위해 뉴욕으로 온 넴하드는 2013년 하이라인친구들 동참 전까지 브라이언트파크 매니저로 7년 간 일했다. 10년 간 공원 관리 업무를 해 온 그는 “뉴욕, 서울 같은 빡빡한 대도시 시민 삶의 질을 자연스럽게 높여 주는 게 공원, 보행로 등 도심 공공 공간”이라며 “공공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이 이 일을 계속하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