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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1조 정신 가장 잘 구현한 건 장면 정부 때인 5대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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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1조 정신 가장 잘 구현한 건 장면 정부 때인 5대 국회"

입력
2016.10.27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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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대 국회사를 집대성한 '한국의정사 30년'을 출간 한 이형 전 한국일보 논설위원은 "너무 화가나 요즘은 정치 뉴스를 안 본다"고 말했다.왕태석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1~10대 국회사를 집대성한 '한국의정사 30년'을 출간 한 이형 전 한국일보 논설위원은 "너무 화가나 요즘은 정치 뉴스를 안 본다"고 말했다.왕태석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한국 현대사에서 특정 사건을 부분적으로만 아는 건 다리만 만지고 코끼리를 평가하는 것과 같습니다. 제대로 비판하려면 전체를 봐야 합니다. 그래서 해방 직후부터 10대 국회까지 한국 의정사의 30년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최근 580쪽이 넘는 대작 ‘한국의정사 30년’을 펴낸 이형(85) 전 한국일보 논설위원은 “사건을 있는 그대로 쓰되 개인적 의견은 최대한 줄이려 노력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제헌에서 10대까지’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1948년 5월 개원한 제헌국회에서 1979년 10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서거로 막을 내린 10대 국회까지 30여년 의정사를 사건 위주로 기록했다. 이씨는 부산 피난 시절인 2대 국회부터 5ㆍ16군사정변으로 해산된 5대 국회까지 국회와 정당을 출입하며 취재한 기자였고 노태우 정부 시절까지 정치ㆍ경제 담당 논설위원으로 활약했다.

‘한국의정사 30년’은 이씨가 3대 국회가 끝날 즈음인 1957년 한국일보에 연재한 ‘사건 중심으로 본 3대 국회’를 확장해 새로 쓴 것이다. “책을 낸 지 40여년이 흐른 뒤 2010년 전경련 산하 자유기업원이 매달 발행하는 ‘국회정보마당’에 2대부터 4대 국회까지 썼습니다. 그걸 보고 출판사에서 5대까지 써달라고 해서 썼더니, 다음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시해 당한 10대까지 쓰는 게 좋겠다고 해서 그러겠다고 했지요. 광복 후 개원 전까지 ‘광복정국’도 채워 넣고 정치적 이유로 중간중간 국회가 쉬었던 기간의 정치 관련 사건을 찾아서 넣었습니다.”

책은 주로 1~5대 국회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전체 책의 3분의 2 이상이 광복정국부터 5대 국회까지 내용이다. 이씨는 “6대 국회부터 10회까지는 박정희 대통령이 지명한 사람이 비례대표가 되는 등 청와대 주도로 국회가 움직였으니 의원들이 국회에서 논의한 게 별로 없었다”며 “국회 같지도 않은 국회였다”고 말했다.

1~10대 국회 중 헌법 제1조의 정신을 가장 잘 구현한 국회로 이씨는 5대 국회를 꼽았다. “장면 총리는 정권을 비판하는 시위가 있어도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그것을 막으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국토건설사업과 경제개발 계획을 세운 것도 장면 총리가 있던 5대 국회 때였습니다. 5ㆍ16군사정변으로 8개월 만에 끝나긴 했지만 대단한 업적을 남겼습니다.”

현대정치사를 현장에서 지켜본 그는 “요즘은 화가 나서 정치 관련 뉴스를 안 본다”고 말했다. “요즘 국회는 국리민복과는 상관 없고 국론이라고 할 수도 없는 사소한 것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서로 꼬투리를 잡고 싸운다”는 것이다. 개헌에 관련해선 말을 아끼면서도 “독재가 쉬운 대통령 중심제보다는 의원내각제가 낫다고 생각한다”면서 “대통령제를 유지한다면 실책과 업적을 평가하기 어려운 단임제보다는 중임제로 바꾸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최근 박정희 정권의 명암을 살피는 글을 탈고했다. 내년 봄 ‘박정희 정권 18년: 빛과 그림자’라는 제목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11~19대 국회의 역사를 써달라는 출판사의 부탁도 받았지만 거절했다. “‘한국의정사 30년’을 쓰느라 1년 내내 국회도서관에 출근하다시피 했습니다. 집에서 왕복 3시간이 넘는 거리라서 더 이상은 힘들다고 했어요. 다른 분이 저를 이어 해주기를 기대하겠습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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