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문(왼쪽) NC 감독-김태형 두산 감독. /사진=한국스포츠경제 DB
[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 얄궂은 운명이다.
닮은 꼴 사제지간인 김경문(58) NC 감독과 김태형(49) 두산 감독이 1년 만에 외나무 다리에서 다시 만났다. 2015년 '가을 전쟁'은 두 감독 모두 승리에 대한 욕망을 속으로 숨기고 겉으로는 "기분이 묘하다"며 웃었지만 두 번째 만남은 확연히 온도 차가 난다. 이번 무대는 바로 우승 반지가 걸린 한국시리즈라서 김경문 감독과 김태형 감독은 욕심을 숨기지 않고 "반드시 이겨서 우승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불과 1년 사이 둘의 입장은 바뀌었다. 지난해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에 선착한 김경문 감독은 3위로 준플레이오프를 거친 김태형 감독의 도전을 받았다. 결과는 3승2패로 두산이 웃었고, 이 기세를 이어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다. 올해는 두산이 정규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반면 NC는 2위로 플레이오프에서 LG를 3승1패로 누르고 올라와 도전자 입장이 됐다.
두 감독은 인연이 남다르다. 현역 때부터 지도자 시절까지 10년 넘게 동고동락했다. 김경문 감독은 1982년 프로에 뛰어 들었다. 9세 어린 김태형 감독은 1990년 선수로 1군 데뷔전을 치렀다. 태평양 소속이던 김경문 감독이 1991년 친정 팀 OB(현 두산)로 복귀하며 그 해 한 시즌 동안 선수 생활을 동료로 함께 했다. 1998년부터는 코치와 선수(1998~2001년), 선배 코치와 후배 코치(2002~2003년), 감독과 코치(2003년10월~2011년6월)로 베어스 유니폼을 입고 줄곧 한솥밥을 먹었다.
오랜 시간 함께한 영향을 받아 김태형 감독은 김경문 감독과 비슷한 야구 스타일을 추구한다. 기본적으로 김경문 감독은 뛰는 야구, 공격적인 야구를 추구한다. 뚝심도 있어 2008 베이징 올림픽 전승 금메달 신화를 썼다. 절실함으로 무장한 선수에게 기회를 주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플레이를 강조한다.
지난해 처음 지휘봉을 잡은 김태형 감독 역시 김 감독의 영향을 받아 선 굵은 야구를 한다. 선수들이 느슨한 모습을 보일 때는 어김없이 불호령을 내린다. 김경문 감독과 약간의 차이가 있다면 그라운드 안에서 카리스마를 발휘하되 야구장 밖에서는 친근한 모습으로 선수들에게 다가간다는 점이다. 이런 김태형 감독을 두고 '곰 탈을 쓴 여우'라고 표현한다.
김경문 감독과 김태형 감독은 오랜 시간 쌓아온 정을 잠시 묻어두고 29일 막을 올리는 한국시리즈(7전4승제)에서 진검승부를 펼친다. 준우승만 세 차례에 그친 김경문 감독은 '2등 꼬리표'를 떼기 위해서라도 한국시리즈 우승이 누구보다 절실하다. 또 올해 감독 계약 마지막 해다. 한국시리즈를 느긋하게 준비한 김태형 감독은 객관적인 전력 우세 속에 두산 왕조를 꿈꾸며 2연패를 정조준하고 있다.
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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