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박정환 9단
흑 이세돌 9단
<장면 13> 앞에서 이미 설명했듯이 이세돌이 1로 껴붙이자 중앙 백돌(△)이 살아가기 어렵게 됐다. 박정환이 귀중한 1분 초읽기를 두 개나 사용하며 고민하다가 결국 그쪽을 포기하고 2로 막아서 우변에 잡혀 있는 흑돌이 움직이는 뒷맛을 없앴다.
그러자 이세돌이 3부터 11까지 아래쪽 흑집의 경계선을 정비하면서 중앙 백 두 점을 확실히 잡아서 흑이 엄청나게 이득을 봤다. 하지만 그동안 백이 벌어 놓은 게 많아서 박정환이 지금부터라도 냉정을 되찾고 최선의 끝내기 수순을 밟아 나갔다면 과연 누가 이길 지 모를 아슬아슬한 승부가 됐으리란 게 당시 관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한데 이 장면에서 박정환이 또 다시 큰 실수를 저질렀다. 12로 날일자한 게 너무 욕심이 과했다. 그냥 A로 뻗는 게 정수였다. 박정환은 백이 당연히 B로 잇는다고 생각했지만 이세돌이 그쪽은 본 척도 않고 ‘엉뚱하게’ 중앙에서 13으로 코붙임한 게 아무도 예상치 못한 기발한 묘수다. 백의 다음 수가 마땅치 않다. <참고1도> 1이면 2로 젖혀서 백△가 고스란히 잡힌다. 그래서 실전에서는 14로 밀고 나갔지만 이번에는 15가 좋은 수다. <참고2도> 1이면 2, 4를 선수 당해서 역시 백이 안 된다.
박정환이 할 수 없이 16으로 꼬부렸지만 이세돌이 17로 끊어서 원래 잡혀 있던 흑돌이 거꾸로 백 석 점을 잡고 살아 버렸다. 이래서는 물론 단박에 역전이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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