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구계획 이행 2년 앞당겨 2018년까지 완료… “회사 정상화되면 물러날 것”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현재 진행 중인 자구계획을 당초 계획보다 2년 앞당겨 2018년까지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또 대우조선은 채권단의 자본확충을 받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며, 지난달 취임한 신임 노조가 자구계획 이행에 동참할 뜻을 공개적으로 표명해 달라고 요청했다. 대우조선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3조원 이상의 자본확충을 하는 방안이 검토 중인 가운데, 대우조선 지원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점을 의식해 이같은 제안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사장은 27일 회사 소식지를 통해 “수주절벽과 예상치 못한 손실 확대로 출자전환을 비롯해 채권단의 희생이 불가피해졌다”며 “채권단의 희생은 결국 모든 국민의 부담으로 귀결된다. 2020년까지 완료하겠다던 자구계획도 2018년까지 압축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임직원이 뼈를 깎고 피를 토하면서 자구계획을 철저하고 신속히 이행해야만 하는데 이 과정에서 노사 간 불협화음은 치명적”이라며 “노사가 함께 자구계획의 철저한 이행을 다시 한 번 약속하는 것이 지금의 수주절벽을 넘을 수 있는 유일한 다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나 채권단이 우리 회사를 무조건 살리겠다고 한 적이 없고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뭔가 오해하는 것”이라며 “대우조선에 대한 출자전환은 채권단에 엄청난 출혈을 유발할 것이므로 자구계획의 철저한 이행 의지가 자본확충의 선결 조건이자 수주절벽 해소의 출발점”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신임노조가 전임 노조처럼 무파업 등을 약속해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앞서 작년 10월 대우조선 노조는 정부와 채권단의 4조2,000억원 지원 결정에 앞서 무파업과 임금동결을 약속하는 동의서를 제출한 바 있다.
정 사장은 “회사가 살아남으려면 기본적으로 일거리 확보가 우선돼야 하지만 최근 우리는 ‘수주경쟁’이라는 링 위에 설 자격마저 원천 봉쇄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우조선은 완전자본잠식, 계산조차 할 수 없는 부채비율 등 열악한 재무구조와 불투명한 미래 생존 가능성으로 입찰자격 적격심사 과정에서 탈락하기 일쑤”라며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시장 상황에서 경쟁에라도 참여하려면 자본확충 등 회사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대우조선은 한 해양프로젝트 입찰에서 자격 미달로 탈락했고, 경쟁력을 자부하는 LNG선에서도 일본 선사로부터 ‘재무구조가 취약해 같이 협력하기 어렵다’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사장은 희망퇴직과 분사를 통한 인적 구조조정 등 자구계획 이행 과정에 대해 “커진 뱃구레를 줄여가는 작업으로, 몸집을 줄이는 데는 고통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면서 희생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했다.
현재 대우조선은 자구계획 이행을 통해 한때 15조 원까지 급성장했던 매출 규모를 적정 수준인 7조원대로 줄이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당장 수주급감 등의 영향으로 내년 매출은 9조원대로 줄어들 전망이다.
한편 정 사장은 최근 ‘백의종군’을 해달라는 뜻에서 본부장, 임원, 부사장 등 보임자 전원에게 사직서를 제출받았다면서 “저도 회사가 어느 정도 정상화 궤도에 들어섰다고 판단되면 이 모든 아픔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한준규 기자 manbo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