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10.27

10월 27일은 영국 동물학대방지협회(RSCPA)와 90년 전통의 영국 고양이 보호단체인 ‘캣츠 프로텍션 Cats Protection’등이 정한 ‘검은 고양이의 날 Black Cats Day’이다. 고양이 중에서도 가장 푸대접 받는 게 검은 고양이이고, 그 차별을 극복하자는 게 기념일의 취지다. “진짜 아름다움은 털가죽 아래에 있다(The Beauty is more than fur deep)”는 게 이 날의 모토지만, 털가죽 속을 들여다볼 것도 없이 검은 빛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답다고 여기는 이들도 물론 적지는 않을 것이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고양이 중에서도 검은 고양이가 특히 신성시됐다는 설이 있다. 이집트의 다산과 풍요의 신 바스테트(Bastet)의 얼굴이 검은 고양이다. 북유럽 켈트 신화에서도 검은 고양이는 특별히 존중 받았다. 그들은 요정이 주로 검은 고양이의 형상으로 현현한다고 믿어 검은 고양이가 집이나 마을에 나타나면 행운의 징후로 반겼다.
옛 신화의 인식이 뒤집힌 것은 기독교 문화와 관련 있다. 한 마디로 이교 신앙에 대한 철저한 배격. 빛의 예수와 반대편에 선 어둠의 존재들, 곧 마녀나 악마가 검은 색으로 상징되면서 까마귀나 검은 고양이는 악마의 전령으로 지목 당했다. 중세에는 검은 고양이를 기르는 것 자체가 일종의 모험이었고, 사람과 고양이가 함께 해를 입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를 악마의 화신이라 여기는 이는 이제야 없겠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불길하게 혹은 탐탁찮게 여긴다고 한다. ‘캣츠 프로텍션’조사에 따르면 검은 고양이의 경우 입양되지 못하고 보호시설에 머무는 기간이 다른 고양이보다 13% 길다. RSPCA는 2015년 현재 보호시설에 수용된 고양이의 70%가 검은 고양이이거나 검은색 바탕에 다른 색이 조금 섞인 고양이라고 밝혔다.
이날은 검은 고양이와 함께 사는 이들이 SNS 등을 통해 자기 고양이의 특별한 매력을 한껏 자랑하는 날이고, 고양이와 함께 지내지 못하는 이들이 보호단체에 기부하는 날이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최소한 검은 고양이에 대한 편견이라도 조금 눅여 보자는 날이다. 최윤필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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