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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통치행위 직접 개입… 최악의 집권 4년차 측근 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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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통치행위 직접 개입… 최악의 집권 4년차 측근 비리

입력
2016.10.2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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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ㆍ김홍업ㆍ노건평 등… 대부분 친인척이 호가호위

최씨는 대통령 연설문 관여… 국정 전반에 걸쳐 막후 행사

개인비리와 차원 달라 심각… 사적ㆍ정신적 의존 받아

1987년 6월 항쟁의 결과물인 직선제 개헌으로 대통령 5년 단임제가 도입된 이후 역대 대통령의 임기 말 측근 비리를 살펴보면 대부분 친인척이 벌인 호가호위(狐假虎威) 형이며 집권 4년 차에 불거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최순실 게이트’도 임기 4년 차에 터진 것은 같지만, 주인공 최씨는 대통령의 지인일 뿐이며 특히 최씨의 국정농단은 단순히 호가호위 수준을 뛰어넘어 대통령의 통치권을 막후에서 행사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거의 모든 국정 분야에 관여했다는 점에서 비교된다. 또 대통령이 의상과 액세서리, 휴가 등 사적인 영역에서까지 의존한 비선 실세라는 점에서 기존 측근들과 차이가 있다.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 측근 비리는 대부분 친인척이 그 주인공이었다. ‘황태자’ ‘소통령’ ‘봉하대군’ ‘영일대군’ 등으로 불린 이들의 범죄 혐의는 대부분 최고권력자의 위세를 이용해 착복을 하거나 개인의 영달을 꾀하는 방식이었다.

1993년 슬롯머신 업체 세무조사 무마 비리에 연루돼 구속 기소된 박철언 전 의원은 노태우 전 대통령 부인 김옥숙 여사의 고종사촌으로, 노 전 대통령의 고종사촌 처남이다. 방송사 간부 인사에 개입하고 한보사태에 연루돼 1997년 구속 기소된 김현철씨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이다. 이용호ㆍ최규선 게이트를 통해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부당이득을 챙긴 것이 드러나 2001년 구속 기소된 김홍업 전 의원과 김홍걸씨는 각각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ㆍ삼남이다. 박연차 게이트 및 세종증권 인수 로비에 연루돼 실형을 선고 받았던 노건평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파이시티 개발사업 인허가에 개입한 혐의 등으로 2013년 구속 기소된 이상득 전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이다. 이에 반해 최씨는 대통령의 친인척도 아니며, 청와대와 정부에서 아무런 공식직함도 갖지 않은 사인에 불과하다. 그는 박 대통령의 정신적 멘토였던 것으로 알려진 영생교 교주, 고 최태민씨의 딸로 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기 시작했을 뿐이다.

최씨가 미르ㆍK스포츠재단을 통해 대기업에서 거액을 모금한 것은 과거 비리와 비슷하지만 그 후 폭로된 행적은 이전 비리와는 차원이 다르다. 청와대 민정수석 인사 관련 서류와 북한 관련 정보, 대통령 해외 순방 자료까지 미리 받은 것으로 드러났고, 국정 자문그룹을 여러 개 운용했다는 폭로도 나왔다. 비선라인으로 전달받은 안기부 정보를 바탕으로 권력기관 인사 등에 관여한 김현철씨 정도가 이에 비견되지만, 관여 정도와 범위에 있어선 최씨에 비해 훨씬 못 미친다는 지적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대통령은 말과 글로 나라를 다스리기 때문에 연설은 통치행위에 해당한다”며 “아무런 직함이 없는 민간인이 청와대 공식 참모들이 올린 연설문을 마음대로 수정한 것은 국가의 통치행위에 개입했다는 점에서 개인비리와는 차원이 다르고, 여기에 사안의 심각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씨의 역할은 기존 정책 비선라인의 역할을 뛰어넘어 사안의 심각성을 더한다. 연설문이나 인사 등 정책결정에 개입했을 뿐만 아니라 박 대통령이 어떤 장소에서 어느 옷을 입을 것인지 등 사적인 부분까지도 기댄 상대였기 때문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김현철씨의 경우 아버지가 아닌 대통령 김영삼의 정책 비선라인 역할을 하며 인사와 정책에 개입하고 아이디어를 냈지만, 최씨는 박 대통령의 사적인 부분까지 전방위ㆍ포괄적으로 돌보며 신임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인간적ㆍ심리적ㆍ정신적인 상호의존 관계가 국정농단으로 이어진 해괴한 형태”라고 말했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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