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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산 중고차도 혹시 침수 차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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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산 중고차도 혹시 침수 차량?

입력
2016.10.2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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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서 전부손해 처리차량

폐차업체서 헐값에 사서 수리 후

사고전력 숨긴 채 버젓이 판매

전국서 6000여대 유통 추산

경기 고양시에 사는 이모씨는 지난해 4월 중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1,700여만원에 구입했다. 2014년식에 주행거리도 1만㎞가 조금 넘어 신차나 마찬가지였다. 매매업자는 “무사고 차량”이라고 강조했다. 이씨는 중고자동차성능ㆍ상태점검기록부도 꼼꼼히 체크했다.

하지만 구입한 지 3개월여가 지난 이후부터 주행 중 시동이 꺼지는 아찔한 경우가 거듭 발생했다. 정비업소를 찾은 이씨는 “침수 차량”이라는 말을 듣고 분노했다. 그는 매매업자에게 환불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해 법적 절차를 밟고 있다.

침수와 충돌 등 사고가 발생해 보험회사가 전부손해(전손) 처리한 차량이 사고전력을 숨긴 채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폐차경매업체 등이 수리한 뒤 이를 숨기고 팔고 있는데, 그 숫자가 한해 6,000여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미흡한 법령을 정비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6일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들이 침수나 충돌 등으로 전손 처리한 차량은 4만2,223대에 달한다. 2013년 3만3,091건, 2014년 3만8,084건 등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전손 차량은 자동차가 완전히 파손돼 수리할 수 없는 상태 혹은 차량가격보다 수리비용이 클 경우 보험사가 수리 대신 차량가격을 전부 배상한 차량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보험사는 전손 차량이 발생하면 보험 가입자에게 차량 가액을 배상하고 차량을 폐차경매업체에 매각해 손실을 줄이는데, 이를 구입한 경매업체들이 헐값에 사들인 뒤 사용 가능한 부품을 판매하거나 아예 차량 자체를 고쳐서 중고차로 되팔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가액이 2,000만원인 차량이 침수됐다면 보험사는 가입자에게 2,000만원을 배상하고 이를 경매업체에 100만원에 판다. 경매업체는 이를 수리해 동종 무사고 중고차 가격인 2,000만원 안팎에 되팔아 막대한 차익을 올리는 식이다. 더욱이 보험사는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바뀐 소유주가 자동차보험에 가입할 때 차량 연식과 배기량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책정한다. 소비자로서는 비싼 가격에 구입하고, 높은 보험료를 부담하는 것이다. 보험업계에서는 연간 6,000대가 넘는 전손 차량이 시중에 유통된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런 불합리한 구조가 가능한 이유는 법령이 미비한 탓이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은 보험사의 전손 차량이 이전될 경우 수리검사를 받도록 하고 이를 자동차등록증에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시행령에는 수리검사에 대한 세부규정이 없어 현재로서는 전혀 효력이 없다. 소관부처인 국토교통부는 내년 상반기에야 시행령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라고 한다.

현재까지 차량의 침수ㆍ파손 이력을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은 보험개발원의 카히스토리(carhistory.or.kr)를 이용하는 것이 유일하다. 보험사들이 전손 처리한 차량을 입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보험처리를 하지 않은 차량은 사고 전력을 알 수 없다. 오중근 금융소비자연맹 교통사고 담당 본부장은 “수리검사에 대한 시행령 제정 등 사고이력을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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