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식물 대통령’ 초유의 위기에
“與 중심축 바꾼 후 야당과 협치”
‘3각 집단지도체제’ 등 백가쟁명
비선실세 최순실(60)씨의 국정 개입 의혹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초유의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서 리더십 공백을 최소화하고 사태를 수습할 해법이 백가쟁명식으로 거론되고 있다. 새누리당이 26일 대응책으로 내놓은 특별검사 수사와 청와대 인적쇄신은 사태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을 묻는 최소한의 조치에 불과해 리더십 공백 상황의 대책으로는 부족하다는 인식에서다.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 내부에서도 박 대통령이 정치에서 손을 떼도록 하고 내각도 중립적인 총리가 이끌도록 해야 한다는 해법이 거론된다는 점에서 위기의 심각성을 가늠할 수 있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이날 도청 출입 기자간담회에서 ‘3각 집단지도체제’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면서 당 대표, 국무총리, 청와대 비서실장 등 여권의 중심축을 바꾼 뒤 야당과 협치를 해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남 지사는 “특히 야당과 거국내각 구성 같은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현 당 지도부를 비대위원장 체제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국중립내각도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된다. 야권 유력 대권주자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이날 특별성명에서 “대통령이 아무 권위 없는 식물 대통령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며 “(박 대통령이) 당적을 버리고 국회와 협의해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어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강직한 분을 국무총리로 임명해 국무총리에게 국정 컨트롤타워를 맡기고 거국중립내각의 법무부장관이 검찰 수사를 지휘하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야권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부겸 민주당 의원, 여권에서 새누리당 비박계인 정병국, 하태경 의원이 거국중립내각 필요성을 피력했다.
거국내각의 의지를 밝히기 위해서는 박 대통령의 탈당이 우선이라는 목소리도 새누리당 비박계를 중심으로 불붙는 분위기다. 4선의 나경원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대통령 탈당이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며 “결국은 그 수순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날 당내에서 대통령의 탈당을 처음으로 언급한 김용태 의원도 이날 라디오방송에서 “특검을 시작하게 되면 엄격하게 수사해야 하는데 대통령이 집권당의 당적을 유지하면 아무래도 부담이 더 될 것”이라고 재차 탈당 필요성을 강조했다. 5년 단임제 도입 이후 임기 종료까지 당적을 유지한 경우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일각에선 극약 처방으로 대통령의 하야나 탄핵도 거론된다. 무소속 윤종오ㆍ김종훈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대통령은 조건 없이 하야해야 하고, 그러지 않는다면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발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아직까지는 야당에서도 드러내놓고 하야나 탄핵을 언급하는 것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을 가결하더라도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리더십 공백 기간만 더 길어질 수 있고, 하야를 할 경우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출해야 하지만 차기 대선을 불과 1년여 남겨둔 상황이라 여야 모두 조기 선거는 부담이기 때문이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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