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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식물정부 벗어나려면 거국 중립내각이라도 검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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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식물정부 벗어나려면 거국 중립내각이라도 검토해야

입력
2016.10.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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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지난 8월 언론이 우병우 민정수석 비리 의혹을 제기하기 시작했을 때 부패기득권 세력과 좌파세력의 ‘식물정부 만들기 음모’로 규정했다. 작금 최순실씨 국정농단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며 박근혜정부가 사실상 식물정부로 전락했다. 하지만 이 사태를 만든 장본인은 부패기득권세력과 좌파세력이 아니라 중요한 국정을 한갓 사인(私人)에 의존해 처리해 온 박근혜 대통령 자신이다. 박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고,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 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깊이 사과한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들의 분노는 좀처럼 진정될 기미가 없다.

이런 상태에서 박 대통령이 국정을 이끌어 가기는 불가능하다.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한들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렵다. 정부 각 부처에 대해서도 영이 서지 않을 것이고 국회와의 관계도 정상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 박 대통령이 내세웠던 국정 주요 과제 완수는 물론이고, 조선ㆍ해운산업 구조조정, 북핵 위기 등 국내외적으로 산적한 긴급한 현안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것은 정말 심각한 일이다. 1년4개월이나 되는 박 대통령의 잔여 임기 동안의 장기적 국정 마비를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는 이유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하야’‘탄핵’과 같은 분노의 목소리가 넘쳐 나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내각 총사퇴 요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 하야나 탄핵 상황은 사실상 헌정마비, 국정공백 사태로 더욱 큰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두 야당이 특단의 조치를 촉구하면서도 탄핵과 하야, 내각 총사퇴 등 극단적 주장을 경계하는 것은 이런 점에서 바람직한 자세라고 본다. 지금은 무책임한 강경 주장보다는 실질적으로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을 강구해야 할 때이다.

박 대통령의 통절한 반성과 근신이 출발점이다. 현 상황에서는 박 대통령이 국정 전면에 나서기도 어렵지만 나서서도 안 된다. 물론 임기 내 개헌 추진이나 대선 개입 등 국내 정치에 끼어들려는 생각은 꿈도 꿀 게 아니다. 군 통수권자와 국가원수로서의 역할 등 최소한의 기능만 수행하는 데 그쳐야 한다. 다만 청와대 보좌진 개편은 최대한 서둘러야 한다. 자신의 비리 의혹뿐만 아니라 최순실씨 국정농단을 제어하지 못한 책임이 큰 우병우 민정수석을 비롯한 수석비서관들을 대폭 교체하고, 이번 사태 파악에 무능을 드러낸 이원종 비서실장도 교체해 마땅하다. 비선조직이 아니라 비서실의 공적 조직을 통해 국정이 돌아가는 체제를 회복하기 위해 시급한 일이다. 새누리당도 26일 긴급 최고위원 간담회를 갖고 청와대 수석 참모진과 내각의 대폭적인 인적 쇄신을 요구했다.

여야 일각에서 제기한 거국중립내각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여야 모두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중립적이고 신망이 높은 인사를 총리와 주요 부처 장관으로 임명해 박 대통령 남은 임기 동안 국정을 이끌도록 하는 방안이다.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중립적 관리자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 야당도 책임 있는 수권 정당이라면 내년 대선에서의 유불리 등 정치적 이해득실 계산을 떠나 거국 내각 구성에 협력하고, 시급한 국정현안을 함께 풀어 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국정공백, 국가마비 사태를 막는 데는 여야가 따로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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