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원’ 헌법개정 시간 더 벌어… 재정 흑자ㆍ소비세 인상 과제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9년9개월 장기집권 시나리오가 마침내 가시화됐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치르며 ‘일본의 부활’을 과시하고 2018년 9월 임기종료 전까지 끝내려던 헌법개정 숙원을 실현할 시간도 3년 가까이 벌게 됐다.
자민당 당정치제도개혁실행본부는 26일 전체회의를 열고 당총재 임기를 현행 ‘2기 6년’에서 ‘3기 9년’으로 연장하는 당칙 개정방침을 결정했다. 당내기구에선 고무라 마사히코(高村正彦) 부총재에게 임기연장 구체안을 일임했으며, 이날 고무라 부총재는 총재연임 횟수제한을 없애는 방안과 ‘3기 9년’으로 바꾸는 두 가지 안중에 후자를 당에 제안했다. 이 과정에서 반대의견은 나오지 않았다. 임기연장은 내년 3월5일 전당대회에서 최종 승인하는 형식적 절차만 남게 됐다.
이에 따라 아베는 2021년9월까지 총리를 맡을 길이 열렸다. 또한 아베 총리는 지지율이 심각하게 떨어지지 않고 한차례씩 중간에 걸려있는 중의원 및 참의원선거를 참패하지 않는 한 전후 최장수 총리가 될 전망이다. 1964년부터 7년8개월간 집권한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전 총리의 기록도 넘어선다. 역대 일본 총리 62명중 4년 넘게 버틴 경우는 8명에 불과한데 2006년 9월부터 1년간 재임한 뒤 물러났다가 2012년 12월 다시 집권한 아베 총리는 이미 재임 기간이 3년10개월을 지나고 있다.
자민당이 외교무대 경쟁력을 이유로 임기연장을 밀어붙이면서 아베 총리는 더욱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바탕을 마련했다. 특히 보수우익의 염원인 헌법개정 스케줄에도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됐다. 아베 총리는 당초 중ㆍ참의원 헌법심사회를 본격화해 내년 초 개헌항목을 구체화한 뒤 2018년 9월 이전 국민투표까지 마치는 빠듯한 일정에 쫓겨왔다. 이런 사정으로 지난 9월26일 국회 소신표명 연설에서 “여야 입장을 넘어 국회에서 논의를 심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호소했지만 정작 여야협상은 난항을 겪어 회의개시조차 못하고 있다. 임기연장이 가시화하면서 자민당 안팎에선 “이제 치밀하게 시간을 두고 야당까지 설득시켜 국민투표에서 승부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물론 아베 총리가 예정대로 10년 가까이 집권하려면 몇 가지 장기과제를 넘어야 한다. 재정건전화 문제가 대표적이다. 아베 총리는 2020년까지 흑자로 전환하겠다는 공언을 해 놓은 터다. 이를 위해 2019년 10월로 연기한 소비세율 10% 인상안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증세에 따른 소비심리 침체나 바닥민심 악화를 어떻게 돌파하느냐가 관건인데, 아베노믹스가 대기업 수출실적 증가를 넘어서 일반 가정까지 체감되려면 여전히 앞날이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많다.
보수 진영 한편에서는 아베 이후의 차기 리더십도 우려하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地) 전 지방창생장관은 아베의 기세를 누를 엄두를 내지 못한 채 임기연장 반대를 접었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장관은 아베 정권과 함께 가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가에선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아들인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ㆍ35) 자민당 농림부 회장이 차기 지도자 군에서 수혜를 볼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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