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따져 집 손수 단장 늘어
올해 시장규모 28조로 급성장
업체들 패키지 상품 속속 출시
한샘ㆍ대림비앤코 등 매출 급증
지난 8월 서울 중랑구의 한 아파트(66.1㎡ㆍ20평)를 사들인 김진구(34)씨는 직접 인테리어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지은 지 20년이 된 집이라 손 볼 곳이 많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인테리어 목표를 ‘플랜Z’로 정했다. 플랜A(최선), 플랜B(차선) 대신 최소한의 지출로 최대의 만족을 얻는 ‘플랜Z’를 선택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극대화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김씨는 웬만한 인테리어는 인터넷을 뒤진 뒤 직접 발품을 팔아 해결했다. 주방의 싱크대 벽면엔 타일 대신 인테리어 필름을 사다 붙이고, 도배도 직접 했다. 하지만 욕실은 전문업체에 맡겼다. 방수 처리나 전기 공사를 혼자 힘으로 하긴 어려웠기 때문이다. 김씨는 “값비싼 재료 대신 저렴하면서도 품질이 좋은 재료를 꼼꼼히 고른 뒤 전문업체의 패키지 상품을 선택해 저비용 고효율의 인테리어를 완성했다”며 “각각 따로 공사할 경우 500만원 이상의 견적이 나왔는데 300만원 초반대 가격으로 호텔 못지 않은 깔끔한 욕실을 갖게 돼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최근 집 꾸미기와 가성비를 따지는 ‘플랜Z’ 소비가 늘면서 인테리어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00년 9조1,000억원이었던 인테리어ㆍ리모델링 시장 규모가 올해는 28조4,000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최근 낡은 주택을 새로 단장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이 시장은 2020년엔 41조5,00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은 지 10년이 넘은 국내 노후주택 비중은 2005년 55%에서 지난해 77%로 늘었다.
적은 비용으로 인테리어를 바꾸려는 수요가 늘면서 가구ㆍ욕실 관련 기업들은 전체 공간을 하나의 주제로 묶은 패키지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전문가가 아닌 개인이 부엌이나 욕실, 창호, 문, 바닥재, 조명, 가구 등 각각의 제품을 하나씩 선택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시공이 끝난 후 기대했던 것과 다른 결과가 나오거나, 각각의 제품이 어울리지 않아 어색한 경우도 많다.
이에 국내 1위 가구업체 한샘은 인테리어 제품을 하나의 콘셉트로 구성한 ‘스타일 패키지’ 10종을 선보였다. 2014년 첫 출시된 이 제품은 지난해 전년 대비 40%가 넘는 고성장을 기록했다. 올해 판매 건수도 작년보다 3배 가량 늘었다. 한샘이 지난해 사상 최대인 1조7,105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과거 관공서나 아파트 등 기업간 거래(B2B) 비중이 높았던 욕실 시장도 비슷한 변화를 겪고 있다. 국내 욕실업계 1위 업체인 대림비앤코는 최근 기업-소비자간 거래(B2C)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대림비앤코의 욕실 브랜드 대림바스는 소비자의 예산과 취향에 따라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가격대의 욕실 패키지 33종을 선보였다. 세면기, 양변기 등 도기 판매에서 욕실 전체를 리모델링하는 인테리어 사업에 주력하면서 대림비앤코는 올해 상반기 매출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 늘어난 985억원을 기록했다. 대림바스 관계자는 “최근 욕실 인테리어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디자인에 신경을 쓴 패키지 상품을 출시했는데,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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