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의 텃밭인 텍사스에서 시작된 대선 조기투표 투표율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조기투표 참가자는 민주당 성향인 저소득층이나 젊은층이 많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게 호재가 될지 주목된다.
25일(현지시간) 텍사스트리뷴 등에 따르면 조기투표 첫날인 전날 텍사스의 주요 카운티(여러 시를 묶은 행정구역)에서 투표율이 신기록을 달성했다. 해리스 카운티에서 6만7,471명이 투표해 2012년 4만7,093명에서 2만명이 늘었고, 댈러스 카운티(3만2,512명→5만8,000명), 태런트 카운티(3만133명→4만3,000명) 등 10개 주요 카운티에서 최대 2만6,000명 이상 폭증했다.
보통 대선 당일 번잡함을 피하려 조기투표에 나서는데, 이번에는 조기투표에서 줄을 서는 기현상이 연출됐다. 점심시간에 시간을 내 조기투표에 나선 직장인 어맨다 스티븐스는 “2시간30분을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듣고 다른 투표소를 가니 3시간을 기다리라고 했다”며 “조기투표가 이렇게 어려웠던 적이 없다”고 혀를 내둘렀다.
텍사스는 공화당의 아성이 굳건한 지역으로 역대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승리한 경우는 공화당의 제럴드 포드 대신 민주당의 지미 카터를 선택한 1976년 대선이 유일하다. 2012년에는 공화당 후보였던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16% 포인트 격차로 민주당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눌렀고, 2008년에는 존 매케인 후보에 표를 몰아주며 12% 포인트 차로 오바마에 승리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젊은층과 저소득층이 많이 참가하는 조기 투표율이 높으면 민주당에 유리해, 클린턴이 텍사스에서 새 역사를 쓸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영국 BBC 방송은 “민주당은 풀뿌리 선거전략의 중요성을 파악하고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거나 일일이 전화를 걸며 조기 투표를 독려했다”며 “트럼프 캠프에서는 이 같은 선거 전략이 부재했다”고 꼬집었다. 이 때문에 텍사스뿐 아니라 노스캐롤라이나와 네바다, 애리조나 등 경합주의 조기투표 상황도 클린턴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각종 여론조사도 클린턴의 대선 당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CNN과 여론조사기관 ORC가 20~23일 공동조사한 결과 68%가 클린턴이 승리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지난 6월 55%, 지난달 59%보다 크게 증가한 결과다. 응답자의 61%는 트럼프가 패배 시 선거 결과에 불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지지율 하락을 언론의 선거조작 탓으로 돌리고 있는 트럼프는 24일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이른바 ‘트럼프TV’로 불리는 자체 선거 방송을 개시하는 등 막판 뒤집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지용 기자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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