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위생법, 옥외영업 불법 규정
직장인ㆍ관광객 발길 이어지자
자치구들, 상권활성화 위해 허용
타지역 형평성ㆍ통행 불편 과제도
26일 정오 서울시청 뒤편 중구 다동먹자골목 일대 골목의 한 카페 앞 테라스는 커피를 든 사람들로 만석이었다. 점심식사 후 가게 밖에 마련된 테이블에 앉아 여유를 즐기는 인근 직장인들이다. 이 카페를 자주 찾는다는 김지민(28)씨는 “날씨가 좋을 때는 실내가 아닌 실외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테라스를 선호하는 편”이라면서 “답답한 빌딩에서 잠깐이나마 벗어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최근 서울 주요 상권을 중심으로 테라스를 갖춘 식당이나 카페 등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시야가 트인 공간에서 도시의 풍광을 볼 수 있고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낭만적인 장소로 테라스가 큰 인기를 끌면서 자치구들이 그 동안 금지했던 옥외 영업을 적극 허용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노천카페 문화에 관대한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옥외 테라스를 상업적 목적으로 점용하는 것을 금지해 왔다.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일반음식점에서 도로에 테이블과 의자를 설치해 음식을 제공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도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다수 야외 테라스는 원칙적으로 모두 불법인 셈이다. 다만 관광특구나 호텔, 지자체장이 장소와 시설 기준을 조례나 규칙으로 정한 곳에 한해 허용할 수 있다. 일정 기준의 보행 폭만 확보하면 시내 중심가에서도 테라스를 열수 있는 미국 뉴욕이나 프랑스 파리 등의 도시에 비해 엄격한 편이다.
현재 서울시에서 옥외영업이 가능한 곳은 서초구 강남역 뒷골목과 송파구, 서대문구, 중구 등이 네 곳이다. 상권 활성화를 목적으로 최근 자치구가 직접 나서 조례를 제정하고 파라솔과 테이블 등 설치 공간과 재질 기준을 마련해 일부 거리에서 영업을 허용한 경우다.
송파구는 지난해 12월 잠실 관광특구내 지역에 테라스 영업을 허가했고, 중구도 지난 8월 다동ㆍ무교동 등 관광특구 지역의 음식점에 테라스를 설치하고 영업하는 것을 허가했다. 다동상인회 관계자는 “노포가 즐비한 무교동과 다동 일대에서는 밤바다 노상 영업이 관행적으로 이뤄졌는데 최근 규제가 풀리면서 업주들도 반기는 분위기”라며 “이 일대를 찾는 관광객들에게는 이 풍경만으로 즐거운 구경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광특구가 아니라도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테라스 폭을 더욱 넓히려는 움직임도 있다. 서초구의 경우 지난 5월부터 강남역 근처 음식점거리에 대해 옥외 영업을 허용했고, 서대문구도 지난 8월 연세로(신촌 차 없는 거리)에 옥외 영업 허용, 업주들을 대상으로 테라스 설치를 독려하고 있다. 마포구 역시 젊은 층이 많이 찾는 홍대 일대에 보행에 지장을 주지 않는 한에서 테라스 점용을 허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불법 시비가 잦았던 옥외 영업이 ‘양지’로 나오고 있지만 지역 내 이해관계와 소음 등 민원 문제 등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옥외 영업이 허용되지 않은 지역의 상인들의 경우 반발이 있을 수 밖에 없고, 길가로 하나 둘 등장하는 테라스로 통행 불편 등을 호소하는 민원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마포구 위생과 관계자는 “옥외 영업 허용을 통해 새로운 지역 경제 활성화 방안을 마련할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깨끗하고 질서 있는 환경 조성이 먼저”라며 “공정한 기준과 시설물 설치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ㆍ사진=손효숙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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