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6일 미르ㆍK스포츠 재단과 전경련 사무실 등 아홉 곳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수색 대상에는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 집과 사무실, 그의 최측근인 차은택씨 자택 등도 포함됐다. 고발 접수 한 달 만에, 사건 배당 21일 만에 이뤄진 것이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미 상당수 증거가 오염되거나 은폐됐을 가능성이 커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최씨의 국정 농단을 파헤치는 ‘최순실 게이트’ 수사의 성패는 최씨 모녀의 신병 확보에 달려 있다. 핵심 혐의자가 없고 증거 확보도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의 수사는 한계가 뚜렷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은 여태껏 해외에 머물고 있는 최씨의 소재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검찰이 미적대는 사이 최씨 모녀가 일찌감치 독일로 도피한 것이 언론 보도로 확인됐을 뿐이다.
검찰이 최씨 신병 확보는커녕 사법공조 움직임조차 보이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해외로 도피한 최씨 송환은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범죄인 인도 청구는 시간이 적잖이 걸리고, 형사사법 공조도 독일 정부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서 줄지 미지수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처럼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는 것은 검찰의 무능을 확인시킬 뿐이다.
검찰의 굼뜬 대응은 2년 전 세월호 참사 당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일가 체포에 총력전을 편 것과 대조적이다. 당시 검찰은 유 전 회장의 장녀가 프랑스로 도피하자 즉시 인터폴에 요청해 프랑스 경찰이 체포하도록 했다. 올해 롯데 비자금 사건 때도 서미경 일가에 여권 무효화 등 쓸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유독 이번 사건에서만 무디게 대응한다면 검찰의 직무유기라고밖에 볼 수 없다.
보도에 따르면 최씨 일가는 일주일 넘게 독일에서 행적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한다. 때문에 현지 교민들 사이에선 “제3의 인물이나 기관이 최씨 일가의 잠적을 돕고 있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이런 의혹을 불식시키려면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최씨의 자진 귀국을 촉구해야 한다. 국정 문란을 막지 못한 데 대한 최소한의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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