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 무렵부터 입지 부적합 등으로 ‘주먹구구 행정’이란 비판을 받았던 충남 천안시 ‘천안시민의 종’이 결국 예정된 개발사업에 떠밀려 철거 뒤 수년간 외지에 임시 보관해야 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26일 천안시에 따르면 동남구 청사 앞마당에 설치된 ‘천안시민의 종’을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청사 일대 복합개발 도시재생사업 추진에 따라 철거키로 했다.
시는 5,000만원을 들여 종을 철거한 뒤 이전 대상지를 확정할 때까지 충북에 소재한 제작업체에 임시 보관할 예정이다. 유력한 이전 후보지로 거론되는 곳은 천안삼거리공원으로, 시는 설치 장소가 확정되면 7억원의 예산을 들여 종각을 다시 세울 계획이다.
하지만 시가 추진중인 천안삼거리공원의 명품공원 조성사업은 내년 행자부의 지방재정 투자심사를 거쳐야 하고 실시설계와 잔여토지 수용 등 절차가 남아있다.
이에 따라 시민들은 사실상 앞으로 수 년간 천안시민의 종을 구경하기 어렵게 됐다.
천안시 관계자는 “종을 천안박물관에 보관하려고 했으나 보관 장소를 별도 마련해야 하는 등 추가 예산이 필요해 제작업체에 맡기기로 했다”며 “이전 대상지는 천안삼거리공원을 포함해 시민 접근성이 좋은 곳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천안시는 2005년 6억9,700만원을 들여 동남구청사 앞마당 388㎡터에 종각과 함께 무게 18.75톤, 높이 2.88m, 구경 2.14m 규모의 종을 설치했다. 전임 시장 재직 시절 설치한 종은 매년 ‘제야(除夜)의 종’과 ‘3ㆍ1절’ ‘8ㆍ15 광복절’ ‘10ㆍ1 천안시민의날’ 등 4 차례 타종식을 함께 했다. 올해부터는 12월 31일 제야의 종 타종 1회로 축소됐다.
시는 천안시민의 종 건립 당시 시민들로부터 대규모 개발 계획이 확정된 옛 청사 앞마당에 종각을 세우는 것은 예산 낭비이자 자치단체장의 치적 쌓기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준호 기자 junh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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