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째 수리 여부 결정 못해
일각선 “또 결정장애냐” 비아냥
市는 선수단 임금 체불에 대해
“또 대출 받아라” 지시 빈축
프로축구 광주FC의 정원주 대표이사가 만성적인 재정난을 호소하며 낸 사표를 놓고 구단주인 윤장현 광주시장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윤 시장이 6일째 사표 수리 여부에 대해 결단을 내리지 못한 채 장고(長考)에 들어간 모양새를 취하자 일각에선 “또 결정장애 증세가 도진 것이냐”는 비아냥이 나왔다.
정 대표가 윤 시장에게 사표를 제출한 건 지난 21일. 정 대표는 당시 “일신상의 사유 때문에 대표직을 더 이상 수행할 수 없다”고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나 이는 의례적인 수사일 뿐 실제로는 매년 반복되는 재정난이 결정적인 이유였다. 정 대표는 주변에 “광주시의 재정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구단을 운영할 수가 없다”며 어려움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FC는 지난 25일 자금난 때문에 선수단과 사무국 직원들에게 지급해야 할 10월분 급여 2억7,000여만원을 주지 못했다. 또 지난 16일 수원FC와 경기에서 이긴 뒤 선수들에게 줘야 할 승리 수당 3,000만원도 체불했다.
윤 시장은 정 대표의 사표 제출에 대해 내부 보고를 받았으나 아직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한 직원은 “정 대표의 사의 표명 소식을 두 차례 보고했으나 윤 시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듣기만 했다”며 “다음주 초쯤 윤 시장과 정 대표가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광주FC와 시청 안팎에선 윤 시장이 정 대표를 설득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정 대표는 지난해 2월에도 같은 이유로 사의를 표명했지만 윤 시장의 설득에 ‘없었던 일’로 하기도 했다.
그러나 광주시가 구체적인 구단 재정 확보 및 지원 계획을 밝히지 않은 데다, 정 대표의 사의 의지가 워낙 강해 정 대표가 사의를 번복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실제 시는 이번 광주FC의 임금 체불 사태가 터지자 또다시 광주FC에 “우선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서 체불 문제를 해결하라”고 해 구단의 원성을 사고 있다. “당장은 대출을 받아 급한 불을 끌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게 시의 생각인 것이다. 시 관계자는 “광주FC의 임금 체불은 당장의 현금이 없어서 발생한 것으로 문제가 없다”며 “12월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20억원을 확보하면 해결된다”고 말했다.
지역 축구계에선 이 같은 광주시의 안이한 상황 판단과 현실 인식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한 축구계 인사는 “광주시의 대책을 보면 광주FC에게 자금 돌려막기를 하라는 것인데, 이게 무슨 대책이냐”며 “도대체 구단주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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