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 없는 사업자 선정
사정내정설 의심 정황도 제기
道 “사실과 달라” 반박
제주도가 올해 역점적으로 추진해 온 ‘동아시아문화도시’ 교류 사업이 특정 단체에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설립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신청자격에 미달한 법인에 14억원에 이르는 사업비를 지원한 것은 물론 공모 과정에서도 사전내정설이 의심될 만한 정황이 포착됐다. 제주도의회는 이 문제를 제주도감사위원회에 감사를 청구할 예정이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26일 제주도의회 김태석 의원에 따르면 도는 지난 2월26일부터 3월11일까지 동아시아문화도시 문화교류 사업은 사업자를 공모했다. 신청자격 및 조건은 공익활동을 주목적으로 하며, 제주도내 사무소가 등록돼 있는 문화ㆍ예술 관련 비영리법인 및 단체, 국내외 관련 분야 1년 이상의 활동 실적이 있는 단체가 조건이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선정된 H재단 제주지부가 제주세무서에 법인 등록된 시기는 공모신청기간인 3월3일로, 제주지역에서 1년 이상의 활동 실적이 없었던 단체여서 논란이 일고 있다.
김 의원은 “H재단 제주지부가 세무서에서 사업자등록을 한 시기가 올해 3월3일로, 제주도는 정식으로 등록해 활동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자격도 없는 단체에 14억원이라는 예산을 보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모과정에서도 의심스러운 정황이 드러났다. 보조금 사업자 선정은 3월 15일이었지만 H재단 제주지부는 이보다 앞서 공모 마감일인 11일에 이미 보조금 14억원을 신청해 사전내정설이 의심된다는 지적이다. 또 공모사업에는 최소 3개 이상 단체가 참여해야 선정 요건이 충족되는데, 이번 공모에 H재단 제주지부와 함께 신청한 두 단체는 국제교류사업과 거리가 먼 단체들이어서 H재단의 들러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이번 공모에 참여한 두 단체는 누가 봐도 들러리로 세운 것 밖에 되지 않는다는 의혹을 품기에 충분한 정황”이라며 “여기에 지난 4월 H재단의 본사가 동아시아문화교류 사업이 촉박하다며 보조금 심의가 계속 지연될 시 사업 진행에 차질을 초래할 수 있다는 공문을 보냈는데, 공모에 참여한 단체가 이 같은 자세를 보이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제주도는 이날 해명자료를 내놓고 특혜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신청 자격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도는 H재단은 공익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 공익법인으로 2007년 설립되었고, H재단 제주지부는 지난 2월17일 법원에 등기된 단체로 적격성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해당사업과 거리가 먼 단체들이 공모함으로써 H재단의 ‘들러리’를 선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도는 “공모신청을 한 단체들은 모두 자발적으로 응한 것”이라며 특혜 의혹을 일축했다.
그러나 H재단 제주지부의 설립과정이 공모를 바로 앞둬 급하게 이뤄진 점, 공모 조건인 ‘1년 이상의 활동실적’도 H재단 본부의 실적이지 제주지부의 활동실적은 아니기 때문에 제주도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혹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동아시아 문화도시는 2012년 5월 상해에서 개최된 제4회 한ㆍ중ㆍ일 문화장관회의에서 3국 문화부 장관들이 합의한 사항으로서, 한ㆍ중ㆍ일 3국이 ‘동아시아 의식, 문화교류와 융합, 상대 문화의 이해’ 정신을 실천하고자 매년 국가별 1개 도시를 동아시아 문화도시로 선정해 상호 간 문화교류 행사를 개최키로 한 것이다. 제주도는 2016년 동아시아 문화도시로 선정됐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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