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무기력한 침묵에 빠졌다. 최순실(60)씨의 국정 개입 논란으로 ‘식물 청와대’가 될 위기에 몰렸는데도 마땅한 수습책이 없는 탓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6일 청와대에서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을 접견하고 군 장성 진급ㆍ보직 신고를 받는 등, 예정돼 있던 일정을 소화했다. 박 대통령은 최씨 의혹을 시인하고 사과한 25일에도 청와대에서 아프리카 장ㆍ차관들과 만찬을 함께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무리 흔들려도 할 일은 해야 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26일까지 국정 쇄신 방안 등 후속 조치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정연국 대변인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의 탈당과 청와대ㆍ내각 개편 등 정치권의 요구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며 답하지 않았다.
최씨에게 청와대 자료를 보낸 것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일 수 있다는 지적에 정 대변인은 “오늘 자 언론 보도를 보니, 법 위반이 아니라는 분석이 많더라”고 말했다. 이는 검찰 수사를 앞두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게 아니냐는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청와대 참모들은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답답해 했다. 25일 이원종 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대책회의에선 한 수석비서관이 청와대 참모 일괄 사퇴를 제안했다. 참석자들은 이번 의혹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데는 의견을 모았지만, 사표를 내는 시기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려 결론을 내지 못했다. “지금 사퇴하면 오히려 더 큰 국정 혼란이 생긴다” “이번 사태를 수습하는 게 먼저다” 등의 신중론이 많았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지금 탈당하는 것은 그야말로 벌판으로 나가는 것”이라며 “청와대 참모들의 일괄 교체 등 대대적 인적 쇄신을 할 경우 오히려 국정 공백이 커질 수 있고, 솔직히 와서 일하려는 사람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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