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부지런한 서순실 부장

입력
2016.10.26 13:26
0 0

서 부장은 10년 넘게 한 회사에 다니는 중이다. 직원이 10명 남짓이었을 때부터 시작해 지금은 300명도 넘는 회사로 성장했다. 직책은 부장이지만 실상 그곳의 최고 책임자다. 회사 내 모든 일과 해외업무까지 총괄하다 보니 그녀는 몹시 바쁘다. 사장은 아무 때나 서 부장에게 전화를 건다. “서 부장, 내 방에 왜 인터넷이 안 되지?” “내일 잡지 인터뷰가 몇 시야?” “아, 이거… 아들이 내 노트북을 만지더니 고장이 났나봐.” 그러면 그녀는 KT에 전화를 걸어 인터넷 점검을 요청하고 담당 직원에게 인터뷰 일정을 확인하고 헤어숍에 연락을 넣어 사장의 스타일링까지 신신당부를 해둔다. 그리고 퇴근길에 노트북을 건네받아 A/S센터에 맡긴다. 직원들도 마찬가지여서 “부장님, 디자인실에서 작업물을 빨리 안 주는데요.” “부장님, 3층 인터폰이 또 먹통 됐어요.” 그러는 탓에 그녀는 매일 녹초가 되었다.

디자인실에 압박을 넣고 인터폰 회사에 항의를 하면 될 일을 왜 그녀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지 나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아 종종 그녀를 놀려먹었다. “서 부장이 아니라 서 집사야, 정말.” 어제는 뉴스를 보던 끝에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서 집사가 아니라 서순실이었어.” 연설문을 고쳐주고 옷과 가방을 골라주고 장신구는 직접 만들기까지 하고 인사 개입, 국정 개입도 하고 헬스트레이너도 붙여주고 페이스북도 관리해주고 기념우표 디자인까지 골라줬다니 세상에 그녀만큼 부지런한 사람이 또 있을까. 하도 얼척 없는 뉴스들에 화풀이할 곳이 없어 공연히 그녀에게 ‘서순실, 서순실’하며 낄낄대기만 했다.

소설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