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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는 삶의 오아시스 같은 곳

입력
2016.10.26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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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아바나의 골목 풍경
쿠바 아바나의 골목 풍경

도착한 쿠바의 아바나 호세 마르티 국제공항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많은 여행객들을 예상하지 못한 건지 기존 인력만으로는 대비를 하지 못했는지 줄은 엉망이 되고 어느새 그냥 막 구겨 들어가기 시작한다.

미국과 국교 정상화 영향으로 쿠바를 방문한 관광객이 급증해 생긴 풍경이다. 왜들 이리 서둘러 쿠바를 찾는 걸까? 모두들 진짜 쿠바를 보기 위한 마지막 기회라 생각한 걸까?

아바나 공항.
아바나 공항.
쿠바의 상징이 된 올드카들.
쿠바의 상징이 된 올드카들.

올드카가 짙은 매연을 내뿜으며 달린다. 쿠바의 건물은 누렇고 올드카는 짙은 매연을 뿜고 있으나 이를 품은 울창한 나무와 하늘은 유난히 파랗고 선명하다. 올드카로 가득한 거리 모습은 공산혁명 이후 미국의 경제봉쇄로 신차의 유입이 힘들게 되며 자동차를 계속 고쳐가며 사용하게 돼 만들어진 풍경이다. 사실 1950년대 미국이 쿠바를 지배할 당시 아바나는 미국의 부호들이 즐기던 환락도시였다고 한다. 올드카와 마찬가지로 이중 화폐제도도 사실 이 당시 미국인들이 아바나에 와서 달러를 사용하면서 만들어진 것이다.

아바나에서는 올드카가 골목을 비집고 돌아다니고, 강렬한 색채의 건물과 거리 예술가의 그림을 만날 수 있는 곳. 우리가 상상하는 바로 그 쿠바의 모습이다.

체 게바라, 모히토, 시가,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말레꼰 그리고 혁명 등 이 많은 단어들이 쿠바를 설명하는 단어라면, 여행이 끝난 후 이중 어떤 단어가 내 가슴에 남아있을까?

올드카와 함께 낡은 건물들로 둘러싸인 도시 아바나에선 또한 공산주의 혁명이 이룬 위대한 업적이 빛을 발한다. 의사부터 청소부까지 모두가 같은 월급을 받는 이 국가의 청년들은 이제 아메리칸 드림을 꿈꾼다.

아바나시 전경.
아바나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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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골목들을 누비다 보니 어느새 쿠바음악이 귀에 걸리고 여행객들로 장사진인 곳에 닿았다. 지나가는 여행객에게 물어보니 헤밍웨이가 가장 좋아했다는 바라고 한다. 바텐더는 연신 모히토를 만드느라 정신이 없다. 쿠바에 28년 살았다는 헤밍웨이, 쿠바와의 국교단절로 쿠바에서 추방당한 후 얼마 되지 않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뭐가 그를 이토록 쿠바에 끌리도록 한 것일까?

산타클라라 체 게바라 기념비.
산타클라라 체 게바라 기념비.

트리니다드는 여행객들이 좋아하는 도시다. 좀 더 순박한 쿠바인들과 살사음악을 느낄 수 있다. 밤이 되면 마요르 광장 근처에서는 춤과 음악과 신명이 이루어진다.

산타클라라는 혁명의 불꽃이 잠든 곳이다. 우리가 잘 아는 체 게바라는 독재정권에 맞서 쿠바 해방운동에 동참한 인물이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중산층 출신인 그는 의사를 꿈꾸는 평범한 청년이었다. 영화 ‘모터싸이클 다이이어리’ 속에서 그는 친구와의 오토바이 남미일주를 통해 남아메리카의 비참한 현실과 정체성을 깨달은 후 혁명의 길에 들어섰다. 그를 지칠 줄 모르고 움직이게 만든 건 모든 인간이 자유와 평등을 누리며 하나 되는 세상의 꿈이었을까? 넓은 광장 속 뜨거운 태양아래 체 게바라는 단호한 모습으로 굳건하게 쿠바의 한 작은 도시 산타클라라를 지키고 있었다.

산티아고 데 쿠바는 아바나와의 영원한 라이벌 도시다. 태풍이 와서 비행기와 버스가 모두 운행을 하지 않자 묘한 경쟁관계에 있는 아바나 사람들은 산티아고에 가지 말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편을 감수하고 찾은 이유는 이곳이 혁명의 에너지가 태동한 쿠바음악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마누엘씨 가족.
마누엘씨 가족.

비아솔(시외버스) 정류장에서 “산티아고 산티아고”를 외쳐대는 나를 발견한 마누엘씨가 마침 산티아고 데 쿠바에 친척들이 있어 안부차 가보려 한다고 해 그의 집에서 식사까지 대접받고 가족들과 함께 산티아고 데 쿠바로 향했다.

도착한 산티아고 데 쿠바는 온 도시를 떠도는 무언가 설명하기 어려운 강한 에너지가 떠돌고 있었다. 쿠바음악의 본고장이다. 영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속 주인공들은 인생의 황혼기에 다시 한 번 절정의 전성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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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공연이 펼쳐지는 한 카사 데 라 트로바 옆 작은 바에 걸린 오초아와 콤파이 세군도를 보니 뭔가 외가에 온 것 같은 너무도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미국과의 관계가 좋지 않았던 시기 1998년 7월 1일 뉴욕 카네기홀의 공연을 가능하게 했던 건 그들의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지 않았을까? 아바나로 돌아가는 마지막 날 쿠바혁명과 쿠바음악의 주인공 호세 마르티와 콤파이 세군도의 묘비를 찾았다.

콤파이 세군도의 묘비.
콤파이 세군도의 묘비.

쿠바는 사실 모든 계층에 평등한 교육, 의료 혜택이라는 의미 있는 성공을 거두었었다.

다만 구소련의 붕괴와 동구권의 변혁 이후 어려움을 겪었으며 이제 중국식 개혁모델을 점진적으로 도입해 현재 극심한 경제난을 극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내가 만난 쿠바는 진짜 삶을 살아가기 위한, 그리고 지난 과거를 돌아볼 수 있는 오아시스 같은 곳이었다.

행복여행가 김뻡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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