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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급제동 걸린 개헌 논의, 국회 주도로 동력 이어 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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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급제동 걸린 개헌 논의, 국회 주도로 동력 이어 가야

입력
2016.10.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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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전격적인 임기 내 개헌 요구가 하루 만에 심각한 역풍을 맞았다. 대통령 연설문 등 청와대 중요 문건들이 최순실씨에게 유출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게 결정적 계기다. 개헌 제안이 권력 비리 등 각종 의혹을 덮으려는 정략적 국면전환용이라는 의심도 한층 증폭되고 있다. 이 바람에 개헌에 적극적인 세력들조차 개헌논의를 중단하고 진상규명부터 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돌아서 개헌논의 동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양상이다.

비선 실세라는 최씨가 미르ㆍK스포츠 재단에 개입한 데 이어 대통령 연설문을 검토한 흔적이 드러나는 등 국정농단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 제안을 계기로 개헌논의를 본격화한다는 것 자체가 우스워졌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25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선결돼야 할 것은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과 민생 예산안 처리이고, 개헌은 그 다음”이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여당 대선주자 중 한 사람인 남경필 경기지사도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명백한 국기문란”이라며 “진실이 모두 밝혀질 때까지 정치권은 개헌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이 이날 최씨로부터 도움 받은 사실을 인정하고 “ 좀 더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에서였다고 해명했지만 이런 정도로 부정적 기류를 바꾸기는 어렵다.

물꼬가 터지는가 싶었던 개헌 논의에 급제동이 걸린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시대에 맞지 않는 ‘87년 체제’ 극복을 위한 개헌의 필요성은 이미 국민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 구체적 개헌 방향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진행돼 왔다.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과는 별개로 차분하게 구체적인 개헌 내용에 대한 국민의견 수렴과 논의 절차는 계속 진행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청와대가 개헌 논의를 주도하겠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은 24일 박 대통령 개헌 제안이 있은 직후 “대통령이 많은 의사를 표현하고 의지를 밝힘으로써 개헌 진행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박 대통령의 생각일 것이다. 하지만 안 될 말이다. 지금 대통령이 직접 나선다면 오해를 증폭시키고 개헌 동력을 떨어뜨리는 역효과만 낼 뿐이다. 이번 개헌 제안에 조금의 진정성이라도 있다면 개헌 논의의 중심에 서겠다는 것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대통령은 물꼬를 튼 역할에 그치고 국회가 다방면으로 국민의 뜻을 모아 개헌을 주도해 나가도록 맡기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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