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시인 정지용은 타향살이를 하는 자신에게 위안을 주는 고향 풍경을 시 ‘향수’에 애절하게 담았다. 지금은 시어에서 흘러나오는 풍경을 온전히 찾아보기는 힘들지만 눈을 잠깐만 돌려보면 너른 들과 굽어 흐르는 물길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그 중 하나가 보청천으로 충북 보은 속리산 자락에서 발원하여 옥천군 청산면으로 흐른다고 해서 보청천이라 부른다.
보청천을 따라 걷다 보면 한가운데에 우뚝 솟아오른 20m높이의 독산과 그 위에 자리한 상춘정을 만난다. 맑은 물에 비친 정사의 모습 속에는 언제나 봄의 정취가 묻어 있고 늦가을 추위에는 독산 주변으로 따스한 강물과 찬 공기가 만나 뽀얀 물안개가 피어 오른다.
정지용 시인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라고 읊었던 마음 속 고향이 바로 이 모습 아니었을까.
멀티미디어부 차장 king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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