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방한 중국인 관광객(유커) 수를 제한하는 지침을 정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국내 유통ㆍ여행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25일 한국관광공사와 여행업계 등에 따르면 중국 국가여유국은 유커 규모 축소 계획을 정하고 일선 여행사에 통보했다. 세부 내용은 방한 유커 수를 지난해에 비해 20% 가량 줄이는 한편, 한국 내 쇼핑도 1일 1회로 제한하고 이를 어길 경우 30만위안(약 5,000만원) 상당의 벌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저가 여행상품 단속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일각에서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당장 국내 면세점과 화장품, 여행 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은 총 546만7,782명이 한국을 찾아 1인당 2,391달러(약 272만원)를 썼는데, 유커의 20%가 줄어들면 3조원에 가까운 관광 수입이 사라지게 된다.
면세점 업체 관계자는 “설마 했던 걱정이 현실로 다가왔다”며 “대응책을 찾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일단 유커 의존도를 낮추고 일본이나 동남아시아, 유럽 등 다른 지역 관광객 유치 방안을 찾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씀씀이가 큰 유커의 방한이 줄어들면, 매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화장품 업계도 상황이 비슷하다. 국내 매출은 물론이고, 중국 현지 매출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화장품 업체 관계자는 “유커들의 방한 축소에 따른 매출 감소도 부담스럽지만 이번 사태로 중국 현지에서 한국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이 벌어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영향으로 이날 유가증권 시장에선 화장품 호텔 여행 기업의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아모레퍼시픽은 장중 한때 52주 신저가를 기록하며 7.12% 하락한 34만5,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LG생활건강(-8.34%), 코스맥스(-8.49%), 한국콜마(-8.26%) 등 다른 화장품주도 일제히 하락했다.
하나투어(-8.04%), 모두투어(-5.07%) 등 여행주와 파라다이스(-5.02%), 호텔신라(-6.94%), 신세계(-6.02%) 등 면세점ㆍ호텔 관련주도 일제히 내림세를 보였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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