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바닥 나 선수단 급여 못 줘
K리그 클래식 12팀 중 유일‘불명예’
구단주 광주시장 지원 의지도 의구심
“시장이 열의를 보여야” 쓴소리
국내 프로축구 K리그에서 선수들에게 월급을 주지 못하는 팀이 생겼다. K리그 클래식(1부 리그)의 광주FC다.
광주FC는 25일 선수단과 사무국 직원 등에게 지급해야 할 10월 급여 2억7,000여 만원을 주지 못했다. 시민구단인 광주FC가 2010년 창단 이후 급여를 체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프로축구에 승강제가 도입된 2013년 이후 K리그 클래식 12개 팀 중에서 급여를 체불한 구단은 광주FC가 유일하다. 광주FC의 임금 체불을 지켜 본 체육계의 한 인사는 “은행 빚을 내 선수들 월급을 주더니, 결국 우려했던 일이 터졌다”며 “시민구단인 광주FC가 돈도 없고, 실력도 없는 구단으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고 혀를 찼다.
이번 광주FC의 임금 체불 사태는 열악한 재정 때문이다. 광주FC는 윤장현 광주시장이 구단주로 돼있지만 정작 광주시의 지원금은 적고, 탄탄한 스폰서도 없어 고질적인 자금난을 겪어왔다. 실제 지난 8월엔 운영자금이 바닥 나면서 구단 대표가 은행에서 15억원을 대출 받아 선수 등의 월급을 주며 근근이 버텨왔다.
광주FC가 올해 광주시로부터 지원 받기로 한 예산은 60억원. 구단이 1년에 90억원을 쓴다는 사정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그나마도 올해 들어 광주FC가 시로부터 지원받은 금액은 40억원에 그쳤다. 나머지 20억원은 12월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확보한 뒤 지급하겠다는 게 시의 입장이다. 이러다 보니 광주FC의 임금 체불은 연말까지 이어질 판이다.
‘돈줄’이 막힌 광주FC는 어떻게든 선수단 급여라도 주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기존 대출금이 남아 있어 추가로 은행에 손을 벌리기도 어려운 데다, 기업 후원금 확보도 쉽지 않은 상태다.
더욱 심각한 건 광주시의 지원 의지와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치단체의 재정이 어려워 구단 운영에 허리띠를 졸라 맬 수 있다. 그러나 축구 관계자들은 광주시가 과연 시민구단을 운영할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을 품고 있다. 같은 시민구단인 수원FC와 성남, 인천에 대한 올해 지자체 지원 예산은 92억원, 80억원, 75억원으로 광주시보다 많았다.
구단의 한 관계자는 “시민구단 운영을 위해선 자치단체가 먼저 지원금을 꺼내놓지만 예산이 넉넉하지 않은 탓에 지역 연고 기업들을 대상으로 스폰서 유치에 적극 나선다”며 “그러나 광주시는 그런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실제 성남FC의 경우 구단주인 이재명 시장이 직접 나서서 네이버, 차병원, 은행권 등을 대상으로 100억원에 달하는 운영 기반을 마련했다. 반면 광주FC가 시의 도움 없이 확보한 후원금은 11억원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지역 축구계 내에서 “같은 시민구단주로서 윤 시장이 이 시장의 10분의 1만큼의 열의라도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볼멘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구단의 재정난은 우수 선수 영입 포기와 선수들의 경기력 저하는 물론 팀의 2부 리그 강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구단 관계자는 “선수들이 승리수당은커녕 월급도 못 받는데 시합을 뛸 맛이 나겠느냐”며 “앞으로 남은 3경기 중 1경기만 이겨도 2년 연속 1부 리그에 잔류하게 되는데 막판 급여 체불이라는 악재가 터져 어찌될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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