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립장 이유 전지훈련센터 제동
혐오시설 전락 지역주민들 반발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광역폐기물처리시설) 주변에 건립 예정이었던 전지훈련센터 조성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입지 선정과정에서는 센터 주변 지역을 친환경에너지타운으로 조성하겠다며 행정이 주민들을 설득해놓고, 정작 전지훈련센터는 쓰레기매립장이 있다는 이유로 무산될 위기를 맞고 있다.
제주시는 사업비 39억원을 투입해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 산 56번지 일대 7만7,070㎡ 부지에 축구장 2곳과 야구장 1곳, 사무실, 공원 등을 갖춘 전지훈련센터 조성사업 실시계획을 최근 마무리하고 내년 말 준공할 계획이었다. 타 지역에서는 반대하던 광역 소각장 및 매립장(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을 받아들인 동복리에 전지훈련센터를 건립, 국내ㆍ외 전지훈련팀을 유치하고 지역주민들에게도 쾌적한 생활체육기반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제주도 도시계획위원회에서 동복리 전지훈련센터 및 도시계획도로 조성사업이 부결되면서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소각장과 매립장 등 폐기물처리시설 인근에 전지훈련센터를 조성하면 진입도로가 1곳이어서 청소차량과 선수단 버스가 함께 이용할 경우 제주의 청정 이미지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입지적으로 부적절하다는 것이 이유다.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 25만7,000㎡ 부지에 조성되는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에는 200만㎥ 규모의 매립 시설과 하루 최대 500톤을 소각할 수 있는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동복리 주민들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2014년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입지 선정과정에서 제주도는 주민들과 협의한 결과 센터 주변에 풍력발전시설과 체육시설, 친환경음식문화센터 등 힐링케어타운을 조성해 친환경 폐기물처리시설과 연계한 새로운 관광모델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번 도시계획위원회의 결정은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가 친환경시설이 아닌 혐오시설인 쓰레기매립장으로 인정한 셈이라며 주민들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동면 동복리장은 “주민들은 친환경적으로 만들어지는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를 님비시설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관광명소로 만들려고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데 정작 전문가인 도시계획위원회 위원들은 센터를 여전히 혐오시설로 인식하고 있다”며 “주민들의 꿈을 한순간에 깨버린 셈”이라고 지적했다.
정 이장은 또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제주도가 위원들을 대상으로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주변 계획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명을 하지 않은 점도 이해할 수 없다”며 “최소한 지역주민 의견이라도 청취했다면 이같은 결정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한편 제주시는 이번 도시계획위원회 결정을 번복할 수 없기 때문에 동복리 지역 내에 전지훈련센터 건립을 위한 대체 부지를 찾는 중이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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