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기념공원서 한국전쟁 전사자 기리는 퀼트 작품전
호주 전쟁영웅 찰스 그린 중령 아내 올윈 그린씨 작품
한국전쟁에 참전한 유엔군 전사자 아내의 제안으로 제작된 대형 퀼트 작품이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전시됐다.
25일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 유엔군위령탑 내 제2기념관에서는 호주의 전쟁영웅 찰스 그린 중령의 아내 올윈 그린(93ㆍ여)씨의 퀼트 작품 제막식이 열렸다. 제막식에는 댄 테한 호주 보훈부장관과 참전용사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건강 때문에 제막식에 참석하지 못한 그린씨는 주한호주대사관을 통해 “후손들이 퀼트 작품을 보며 전쟁의 고통과 상실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유엔기념공원에 영구 전시되는 이 작품은 그린씨가 제안하고 호주의 섬유예술가 메러디스 로우가 한국 불교의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다. 퀼트는 우리의 누비옷처럼 두 장의 천 사이에 솜을 넣고 누비는 수예 기법이다.
그린씨를 비롯해 호주 빅토리아주 외곽인 콜러레인 지역 바느질 모임인 ‘싯앤소우’ 회원들이 퀼트 제작에 도움의 손길을 보탰다. 퀼트 작품은 정전협정 50주년을 기념해 2003년 7월 27일에 완성된 이후 호주 곳곳에서 전시됐다. 작품의 크기는 가로 247㎝, 세로 189㎝다.
상단에는 1951년 4월 로열호주연대가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경기 가평의 지형도가, 중간 부분에는 전사자를 추모하는 노래인 조곡 후렴 부분의 악보가 자리하고 있다. 하단에는 손으로 한 땀 한 땀 새긴 호주 전사자 340명의 명단이 담겨있다.
그린씨의 남편은 한국전쟁에 참전해 연천ㆍ박천 전투 등을 승리로 이끈 로열호주연대 예하 3대대 지휘관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북아프리카와 그리스 등에서 전과를 세워 호주에서 영웅으로 칭송받는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전쟁 때 벌어진 북한 정주 전투 때의 부상으로 31세의 나이로 전사했다. 결혼 7년만인 27살 때 남편을 잃은 그린씨는 당시 3살인 외동딸을 홀로 키웠다.
그린씨는 남편이 남긴 편지와 기록, 참전용사와의 인터뷰, 역사적 사료 등을 꼼꼼히 조사한 지 13년 만인 1993년에 고인의 전기인 ‘그대 이름은 아직도 찰리’를 출간하기도 했다.
이 책 역시 유엔기념공원에 전시돼 있다. 그린씨는 남편이 영면한 유엔기념공원에 합장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글ㆍ사진 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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