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4년 전 일본의 어느 정치인이 말했습니다. “삼한(조선)은 우리의 식민지였다.” 그는 조선을 침략했고, 조선은 7년의 왜란을 겪었습니다. 전쟁을 일으킨 세력은 변방으로 밀려났지만, 250여 년 뒤 정치적 격변을 통해 다시 중앙을 장악합니다. 그들이 가장 먼저 노린 우리 땅은 독도였습니다. 고종이 칙령으로 “독도는 대한제국의 영토”라고 선언했지만, 일제는 힘으로 밀어부쳤습니다. 우리나라를 억압하고 세계를 속여 독도를 무주지로 만들어 선점했다고 선전했습니다.
우리 역시 대대로 그들과 싸웠습니다. 한번도 굴복한 적이 없습니다. 왜란에서 이름 없는 백성들이 낫과 활을 들고 의병장을 도왔습니다. 사냥꾼과 노비들이 육지에서 공을 세우고, 바다에서는 포작민들이 수군과 협력해 적선을 침몰시켰습니다. 100년 뒤, 일본이 도해면허를 받아 울릉도와 독도를 왕래할 때는 미천한 어부이자 ‘동래부 노꾼’이었던 안용복이 일본 막부에 항의를 했습니다. 일제가 우리나라를 강점했을 때도, 소시민들의 목소리와 의지가 독립운동을 떠받치는 가장 굳세고 강력한 기둥이었습니다.
일본은 다시 독도를 노리고 있습니다. 424년 전의 도요토미 히데요시처럼, 전쟁에서 패한 후 조슈와 사쓰마 번으로 밀려났다가 다시 중앙에 복귀한 그의 후예들처럼, 그 후예들의 손자뻘이자 조슈 번 출신인 아베 총리를 선두에 세우고 세계를 향해 “독도는 일본 땅”을 외치고 있습니다.
지겹도록 반복되는 역사지만 우리는 지치지 않습니다. 임진란의 의병들처럼, 일제강점기의 독립군처럼, 어린아이부터 백발의 노인까지 같은 뜻을 품고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2002년 붉은 악마들이 한 목소리로 대한민국을 연호하면서 대표팀을 응원했듯이, 독도의 날인 10월25일 우리 국민은 독도 사랑을 새긴 티셔츠를 입고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들은 7년을 도발하고도 패배했고, 35년을 강점했지만 정신과 기개를 빼앗지 못했습니다. 현재도 미래도, 그들의 도발은 계속되겠지만, 온 국민이 똘똘 뭉쳐 끝끝내 난을 극복해온 지난 역사를 오늘도 다시 이어 갈 것입니다. 10월25일은 의병의 정신과 독립군의 기개가 만나 미래를 여는 역사적인 날입니다.
김광원 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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