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내가 죽으면 남겨진 내 개는 누가 돌보게 될까?”라는 생각을 한번쯤 했을 것이다. 특히 1인가구나 노인들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경우가 늘고 있는데 그만큼 반려견이 혼자 남겨질 가능성에 대해 걱정하는 이들도 많다.
해외에서는 이미 반려동물에게 유산을 남기는 사례가 이슈가 된 바 있다. 2007년 미국 뉴욕의 부동산 여왕 리어나 헴슬리가 사망 후 반려견에게 1,200만달러 (약 137억원)의 유산을 상속한다는 유언장을 남겨 화제가 됐다. 앞서 1992년 독일의 리벤슈타인 부인으로부터 유산을 상속받은 군터 3세의 아들인 군터 4세는 1,700억원이 넘는 재산을 보유해 세상에서 가장 돈 많은 동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군터 4세는 대리인을 통해 미국 팝가수 마돈나가 살던 마이애미 저택을 74억원에 매입했는데, 이 개의 재산은 재산관리인의 관리로 계속 늘어가고 있다고 한다.
반면 국내에는 아직 반려동물에 대한 직접 상속은 불가능하다. 우리나라 법에서 규정하는 상속은 자연인의 사망으로 인하여 재산을 포함하는 권리와 의무를 상속인이 포괄적으로 승계 받는 것을 말하기 때문이다. 대신 주인 사후에 남겨질 반려동물에게 재산을 남길 수 있는 금융상품이 등장해 앞으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KB국민은행은 지난 19일 반려동물 주인의 사망으로 반려동물을 돌보지 못할 경우를 대비하는 ‘KB펫(Pet)신탁’을 출시했다. 고객이 은행에 자금을 맡기고 본인 사후에 반려동물을 돌봐줄 새로운 부양자를 미리 지정하면, 은행은 고객 사망 후 반려동물의 보호·관리에 필요한 자금을 반려동물 부양자에게 일시에 지급하는 신탁이다.
가입대상은 만 19세 이상의 개인으로 일시금을 맡기는 경우에는 200만원이상, 월적립식인 경우에는 1만원 이상이면 가입이 가능하며, 납입 최고한도는 1,000만원이다. 만일 반려동물이 보호자보다 먼저 죽을 경우에는 납입한 원금을 돌려 받게 된다.
피부양 대상 반려동물은 현행 동물보호법상 동물등록이 가능한 개(犬)로 한정하고 있으며, 가입 전 전국 시·군·구청에 동물등록이 되어 있어야 한다. KB국민은행은 앞으로 등록대상 동물이 고양이 등으로 확대되는 경우 대상 반려동물을 추가할 예정이다.
한편 펫 신탁은 한국보다 고령화와 1인가구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중인 일본에서 이미 발달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품이 발달하면서 보호자가 상품에 가입하면 회사가 주인을 대신해 신탁회사와 계약을 체결하는 상품도 출시된 상태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반려동물을 기르는 1인 가구와 노인 가구가 늘어나는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 상품”이라며 “아직 출시한지 1주일도 지나지 않아 이제 반려인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상황이지만 영업점에 문의하고 상품에 관심을 갖는 고객들도 많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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