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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차기 최고 종교지도자 놓고 두 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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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차기 최고 종교지도자 놓고 두 쪽으로

입력
2016.10.25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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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최고 종교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AP
이란 최고 종교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AP

이란에서 최고 종교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승계할 후임자 선정 문제를 놓고 개혁파와 보수파 간 권력다툼이 고조되고 있다. 국정 전반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지닌 최고지도자 직을 차지하는 쪽이 향후 수십년간 이란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권력을 손에 쥘 수 있기 때문에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4일(현지시간) 77세로 고령인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유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개혁파와 보수파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후보들을 차기 최고지도자로 밀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과 핵 협상 타결을 계기로 이란에서 전방위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하산 로하니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개혁파는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최고지도자가 신설돼 신정정치가 펼쳐지면서 이란의 민주주의와 경제가 후퇴를 거듭해왔다고 판단하고 있다. 때문에 개혁파는 ‘이란 혁명의 아버지’인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의 손자로 개혁 성향을 띤 하산 호메이니(43)를 차기 최고지도자로 밀고 있다. 하산 호메이니는 정치개혁을 주장하다 올해 열린 국가지도자운영회의 선거에 대한 입후보 권리를 박탈당하기도 했다.

반면 보수파들은 개혁파가 차기 최고지도자 자리를 가져갈 경우 이란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시아파 종주국인 이슬람 국가로서의 정체성이 흔들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개혁파들의 정치개혁 요구에 대해 보수파들은 선거는 대중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공적 창구일 뿐 최종결정은 신의 대리인인 최고지도자가 결정하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실제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올해 초 “이란 정치체계에 대한 미국의 침투가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며 “침투는 이란의 고위 정책 결정권자들을 겨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보수파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차남이자 강경보수파인 모즈타바 호세이니 하메네이(47)를 차기 최고지도자로 지지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지지를 등에 얻은 보수파가 유리한 국면이다. 로하니 대통령은 지난주 개혁파인 알리 자나티 문화이슬람지도부 장관을 전격 경질하는 조치를 통해 보수파에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최근 “로하니 대통령의 개혁 배후에는 미국이 있다”며 정면 비판한 데 따른 조치다. FT는 “로하니 대통령이 하메네이와 계속 대립 각을 세웠다면 대통령직의 조기 퇴진을 면치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표적 강경보수파인 혁명수비대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던 혁명수비대를 로하니 대통령이 일개 군 조직으로 축소하려 하자 혁명수비대의 쿠데타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한 측근은 “하메네이가 쿠데타만은 용납할 수 없다고 압박해 혁명수비대의 움직임이 아직은 비활성”이라며 “개혁파가 차기 최고지도자 자리를 차지할 경우 혁명수비대가 무력 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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