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수상태에서 깨어난 미국 청소년이 잘 모르던 스페인어를 유창하게 구사해 가족과 의료진을 놀라게 했다고 미국 주간 타임이 24일(현지시간) 전했다.
타임에 따르면, 화제의 주인공은 미국 조지아 주에 사는 축구 선수 루벤 엔세모(16)군이다. 엔세모는 지난달 24일 경기 중 볼을 다투다가 동료 선수의 발에 오른쪽 머리를 맞고 혼수상태에 빠졌다. 당시 뇌 손상 정도가 생명을 위협할 정도여서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엔세모는 그러나 사흘 만에 눈을 뜨면서 “텡고 암브레(Tengo Hambreㆍ나 배고파요)”라고 말해 엄마인 도라(54)를 놀라게 했다. 나이지리아 출신의 고교 교사인 도라는 타임에 “예전에 한 번도 그런 적 없던 애가 갑자기 스페인어로 얘기했다”며 “평소 아들과 영어로 얘기했고 스페인어는 사용한 적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엔세모는 부상 전 스페인어에 관한 한 단어 몇 개 정도만 아는 게 다였다고 한다. 그의 형이 스페인에서 공부한 적이 있고 급우 중 일부가 스페인어를 쓰긴 했지만 제대로 배운 적은 없다. 지금은 영어와 스페인어를 모두 유창하게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뇌를 심하게 다친 뒤 다른 언어를 구사한 사례는 이전에도 몇 차례 있다. 2010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영국 80대 할아버지 앨런 모건 씨는 깨어난 뒤 한 번도 배운 적이 없는 웨일스 지역어를 물 흐르듯 구사했다. 2012년 심각한 교통사고로 역시 혼수상태에 빠진 20대 호주 청년 밴 맥마흔도 깨어난 뒤 갑자기 중국말로 대화해 가족이 혼비백산했다. 기초 독일어만 배웠던 크로아티아의 13세 소녀도 2010년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자 독일어를 유창하게 했다는 보도도 있다.
타임은 “지난 6월 미국 텍사스 주에서 턱 수술을 받은 여성이 회복한 뒤 영국식 발음을 해 ‘외국인 억양 증후군’을 보인 적이 있다”면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심각한 외상성 뇌 손상을 당하면 언어 기능의 변화를 일으킨다”고 전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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