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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머니 식탐에 태클 거는 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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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머니 식탐에 태클 거는 서방

입력
2016.10.25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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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자본 마구잡이 글로벌 기업 사냥에

美ㆍ유럽, 첨단기술 보호기조 확산

獨, 반도체회사 인수 승인 철회 등

1년새 해외 M&A 11건 제동

신젠타 로고. AP 연합뉴스
신젠타 로고. AP 연합뉴스

이른바 ‘차이나 머니’의 글로벌 기업 사냥에 서방 각국 정부가 잇따라 제동을 걸고 나섰다. 중국 정부의 실탄 지원을 받는 중국 기업이 미국과 유럽의 주요 기업을 줄줄이 사들이자 각국 정부는 ‘거래 취소’의 극약처방까지 쓰고 있다. 중국 자본에 대한 반감, 첨단 기술 유출에 대한 공포가 맞물리며 서방에 보호주의 기조가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투자은행 그린슨스 픽은 지난해 7월부터 현재까지 서방의 반발로 제동이 걸린 중국의 해외 M&A는 11건(전체의 14%)으로, 약 389억달러(44조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14년부터 폭증하던 차이나 머니의 글로벌 기업 쇼핑도 제동이 걸렸다. 올해 중국 기업의 해외 M&A 규모는 이미 1,911억달러로 지난해(1,068억달러) 총액을 돌파했지만, 3분기 M&A 규모는 461억달러로 1분기 956억달러에 비해 반토막 났다.

서방 각국은 노골적으로 차이나 머니 방어에 나섰다. 독일 정부는 아예 24일 중국 푸젠그랜드칩투자펀드(FGC)의 자국 반도체회사 아익스트론 인수 승인을 철회했다. 독일 정부는 상세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차이나 머니에 대한 경계심 때문이라는 분석이 중론이다. 실제 중국 기업이 올해 사들인 독일 기업만 37개(총합 108억 달러)에 달하며, 쇼핑 목록에는 로봇기업 쿠카 등 독일 대표 기업들도 포함 돼 있다.

호주 정부는 앞서 8월 중국국가전략망공사(SGCC)가 호주 최대 전력유통업체 오스그리드 를 76억달러에 99년 장기 임대하겠다는 제안을 무산시켰다. 스콧 모리슨 호주 재무장관은 “전력과 전화 등 주요 인프라 서비스를 제공하는 오스그리드를 중국에 장기 임대하는 것은 국가 안보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당시 중국 관영 신화 통신은 “매우 위험한 중국 혐오증”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차이나 머니의 최대 ‘빅딜’로 꼽히는 중국화공그룹(ChemChina)의 스위스 농업기업 신젠타 인수도 유럽연합(EU)의 반발에 직면했다. EU는 중국화공그룹과 신젠타에 지난 24일까지 반독점 문제 해소 방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했지만, 두 회사가 제출에 실패하며 추가 조사를 받게 됐다. 미국 샌디에이고의 델코로나도 호텔도 중국 안방(安邦)보험에 10억달러에 팔릴 예정이었지만 인근에 미 해군기지가 있어 안보 위협을 이유로 좌절됐다.

각국 정부는 차이나 머니의 공세를 막아낼 ‘안전핀’ 마련도 서두르고 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외국 기업의 영국 투자를 철저히 심사하는 새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독일 경제부도 핵심 기술을 가진 자국 기업이 해외 기업에 인수되는 것을 막기 위한 규제안을 만들었으며, EU에도 관련안을 제안할 방침이다. 미국 의회 산하 중국집행위는(CECC) 이달 초 보고서를 내고 ‘중국 기업의 미디어산업 투자를 규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리슨스 픽의 헨리 탈만 최고경영자(CEO)는 이와 관련 “중국 기업들의 투자에 대한 거부감이 심해지고 있어 앞으로 몇 분기 동안 중국의 해외 M&A 규모는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과 독일 대선, 브렉시트 등 서방의 정치적 불확실성도 중국의 해외 기업 쇼핑에 제동을 걸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당장 중국 자본을 대체할 ‘큰손’이 마땅치 않고, 중국도 성장 정체를 돌파하기 위해 해외 기업이 필요한 상황에서 먹성 좋은 중국 자본과 경계심 커진 서방 정부의 신경전이 팽팽히 이어질 전망이다. 당장 24일 중국 금융사 차이나오션와이드(泛海)는 미국 보험사 젠워스 파이낸셜을 27억달러(3조원)에 매입한다고 공표했다.

정지용 기자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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