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불 켜진 사업환경
글로벌 침체로 세계판매 1.8% 감소
개소세 인하 종료 후 내수부진
노조장기간 파업에 생산차질도
51개 계열사 이사대우급 이상
1000여명 임금 자진 삭감키로
내달 출시 신형 그랜저IG는
5년만에 완전변경모델 완성도 업
곡선미ㆍ역동성ㆍ볼륨감 살린 디자인
“현대차 간판으로 미래 이끌 모델”
현대차그룹 임원 1,000여명이 내년까지 10% 삭감된 임금을 받는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내수시장 위축으로 벼랑 끝에 선 현대차는 신형 그랜저로 반전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25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51개 계열사 임원들은 이날 지급된 10월분부터 10% 삭감된 임금을 받았다. 자진해서 임금 삭감에 동참한 임원 수는 ‘이사대우’급을 포함해 1,000명도 넘는다. 임금 삭감은 내년 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안팎의 악재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내년 사업 환경 등도 구조적으로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임원들이 솔선수범 차원에서 먼저 임금을 줄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금융위기를 겪은 직후인 2009년에도 임원 급여 10% 자진 삭감과 함께 업무용 차량 축소 등 경상 예산 20% 감축 등을 시행한 바 있다.
7년 만에 다시 긴축 경영에 돌입할 정도로 현대차그룹은 최근 주력인 자동차 부문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 현대ㆍ기아차의 1~9월 전 세계 판매량은 지난해 대비 1.8% 감소한 562만1,910대에 그쳤다. 판매량이 역성장한 것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18년 만이다. 최근에는 러시아와 브라질을 비롯한 신흥시장의 침체도 더 심해지고 있다.
올해 유례 없이 길었던 노조 파업으로 생산 차질을 겪은 점도 뼈아팠다. 현대차는 지난 7월부터 이어진 노조의 24차례 파업으로 14만2,000여대의 생산차질과 3조1,000억원의 매출손실을 입었다.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이 종료된 하반기부터는 내수 판매마저 확 줄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이 2010년 이후 최저인 1조3,000억원 안팎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기로에 선 현대차는 다음달부터 판매에 들어가는 신형 그랜저IG로 분위기를 바꾼다는 각오다. 현대차는 이날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그랜저IG를 공개했다. 현대차는 5년 만에 완전변경모델로 출시되는 6세대 모델 그랜저IG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특히 그랜저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히는 디자인에서는 최대한 곡선미를 강조하면서도 역동성을 부각시켰다. 전면부에는 최근 출시한 신형 i30와 같이 한국 도자기의 곡선을 형상화한 ‘캐스케이딩 그릴’을 적용했다. 측면부 디자인에 적용된 선(캐릭터 라인)은 후드(차체 앞 엔진을 덮는 지붕)에서 후면 등까지 유려하게 이어지며 차의 볼륨감을 더했다.
현대차는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에 버금가는 첨단 안전기술도 그랜저IG에 적용했다. 그랜저IG에 탑재된 첨단안전장치 브랜드인 ‘현대 스마트 센스’는 위험 시 차를 제어해주는 자동 긴급제동 시스템(AEB)과 차로 이탈 시 조향을 제어하는 주행 조향보조시스템(LKAS) 등의 기술을 포함했다. 사각지대 충돌 위험을 알려주는 후측방 충돌 회피 시스템(ABSD)도 안전성을 높여 줄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로 서른 살을 맞은 그랜저는 국내 고급차 시장의 산 역사다. 쏘나타와 함께 현대차의 판매를 견인한 간판주자였다. 86년 7월 일본 미쓰비시와의 합작으로 출시된 그랜저는 고품격 이미지를 바탕으로 그 동안 우리 사회에서 ‘성공’과 ‘품격’을 상징해 왔다. 1세대 그랜저는 곡선이 강조된 최근의 차들과 달리 직선 위주의 각진 외관과 당시에는 드물었던 전동 시트 등 첨단 편의 장치로 큰 인기를 끌었다. 2세대 뉴 그랜저부터 곡선미가 강조되며 해외 명차들과 실력을 겨루기 시작했다. 3세대부터는 현대차의 독자 기술로 개발됐다. 완전변경 모델을 내놓을 때마다 판매량도 점점 늘었다. 지난달까지 누적 판매량은 185만대를 기록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그랜저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고급 세단이자 현대차의 미래를 이끌어갈 모델”이라며 “내달 중순부터 판매가 본격화하면 현대차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그랜저IG의 가격을 3,000만원대 중후반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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