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국내에서 임대차 계약을 맺고 외국인등록을 한 경우 내국인처럼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이 주택에 주민등록을 한 경우 이후에 설정된 담보권자보다 먼저 변제받을 수 있다고 정하고 있는데, 법원은 외국인이 외국인등록을 한 경우에도 같은 법적 효과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미국 영주권자인 박모(53ㆍ여)씨가 종로광장새마을금고를 상대로 배당액을 다시 나눠야 한다며 낸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판결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박씨는 2009년 서울 용산구 한 아파트에 보증금 4억5,000만원에 임대차 계약을 맺고 미국 국적자인 가족과 2014년까지 아파트에서 살았다. 그러던 중 아파트 주인이 2010년 새마을금고에서 이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아파트는 2013년 법원 경매에 넘겨졌는데 배당금액 13억2,986만원을 1ㆍ2순위 압류권자와 새마을금고에게만 배당하고 박씨에게는 배당하지 않았다. 박씨는 임차인인 자신이 보증금에 대해 우선 변제권을 갖는다며 배당이의 소송을 냈다.
1심은 “외국인등록과 체류지 변경신고를 주민등록과 전입신고에 갈음하도록 한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박씨에게 임대차보호법에 따른 우선변제권이 있다”며 박씨에게 임차보증금 전액인 4억5,000만원을 배당하라고 했다. 그러나 2심은 “외국인등록 및 체류지 변경신고는 주민등록과 같은 공시기능이 없다”며 박씨는 우선변제권이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1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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