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박정환 9단
흑 이세돌 9단
<장면 11> 우변에서 백이 실리를 많이 벌어서 집으로는 확실히 한 발 앞섰다. 흑으로서는 상변이나 하변쪽의 백돌을 강력하게 공격해서 상당한 이득을 취해야 역전을 기대할 수 있다.
한데 이세돌이 우변에서 1, 2를 교환한 다음 3으로 내려서서 백 두 점을 잡자고 한 게 너무 경솔했다. 당연히 선수라고 생각했지만 박정환이 얼른 손을 빼서 4로 올라선 게 상대의 의표를 찌른 호착이다. 이로써 상변 백돌은 단박에 흑의 공격 대상에서 벗어났다. 반대로 <참고1도>처럼 흑이 먼저 두점머리를 두드린 것과는 엄청난 차이다.
집이 부족하다고 느낀 이세돌이 5, 7로 귀를 차지해 실리의 균형을 맞추려 했지만 박정환이 8, 10으로 우변 백돌을 살린 다음 11 때 12로 젖혀서 20까지 진행하자 오히려 우변 흑돌이 거의 잡힌 모습이다. <참고2도> 1로 잇는 건 점잖게 2로 한 칸 뛰기만 해도 흑의 다음 행마가 궁색하다. 이래서는 여전히 백의 우세다.
이대로 무난히 바둑이 마무리되면 흑이 도저히 형세를 뒤집을 수 없을 것 같다. 이세돌이 고심 끝에 드디어 승부수를 던졌다. 21, 23으로 나가 끊어서 중앙 백돌을 잡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위쪽에 백의 응원군이 대기 중이어서 생각처럼 잘 될 것 같지 않다. 더욱이 이미 충분히 배가 부른 박정환은 굳이 무리해서 백돌을 살려낼 생각이 없다. “잡을 테면 잡아 가라”는 듯 24로 멀찌감치서 흑진을 삭감하는 정도로 만족했다. 흑의 위기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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