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약 범죄자 불기소, 비트코인 인정 등 급진적인 정책으로 유럽 정치권의 ‘악동’으로 불리는 아이슬란드 해적당이 29일(현지시간) 총선에서 압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유럽에서 극우 정당들이 약진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불과 4년여 전만 해도 존재하지도 않았던 아이슬란드 해적당이 이번 총선에서 대승을 눈앞에 두고 있다”며 “바이킹의 땅에서 해적당이 곧 왕이 될 것”이라고 24일 보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지난 1년간 대다수 설문조사에서 해적당이 1위를 차지했다”며 해적당의 승리를 점쳤다.
보도에 따르면 레이캬비크대학이 지난 14~19일 유권자 2,3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해적당은 22.6%의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다. 다른 설문조사에서도 해적당 지지율은 28% 안팎으로, 집권당인 독립당을 1.5~4%포인트 앞서고 있다. 현재 해적당은 전체 의석(63석) 가운데 3석으로, 독립당(19석), 진보당(19석) 사회민주동맹(9석) 등에 이어 6번째 정당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18~20석을 확보해 제1당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해적당이 체코와 룩셈부르크 등 일부 국가에서 소수 의석을 차지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대대적인 승리가 예상된 것은 처음이다. WP는 “해적당의 약진은 기득권에 대한 저항의 표출”이라며 “기성 정치에 대한 불신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분석했다. 아이슬란드에서는 지난 4월 사상 최대규모 탈세 의혹 문건인 ‘파나마 페이퍼’ 파문으로 다비드 귄로이그손 총리가 중도 사퇴하는 진통을 겪었다.
예상대로 총선이 끝나더라도 과제는 만만치 않다. 인구 33만 6,000명으로 내각책임제인 아이슬란드는 보통 과반수 의석 이상 압도적 지지를 받는 정당이 없기 때문에, 해적당은 총선 승리 후 독립당이나 진보당 등 다른 정당과 연정을 해야 집권할 수 있다. 총리 후보로는 비르기타 욘스도티르(49) 해적당 대표가 거론된다.
해적당은 지난 2012년 창당, 마약범죄자 불기소, 저작권 적용 완화 등 기성 정당에서는 볼 수 없는 공약을 내걸고 있다. 특히 미국 NSA의 비밀사찰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에게 시민권을 부여하자고 주장하는가 하면 온라인 투표를 통해 당 정책을 결정한다. 익명의 정책전문가는 “영국 독립당, 프랑스 국민전선, 독일을 위한 대안(AfD) 등 유럽 내 극우 정당은 물론, 그리스 시리자 등 급진 좌파 정당과도 성격이 다르다”라고 평가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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