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ㆍ영 간 길목… 열악한 시설에 ‘정글’ 비판
정부 “분산 수용” 주장에 난민 “강압적” 반발
유럽 난민위기를 상징하던 프랑스 북부의 칼레 난민수용소에 대한 철거작업이 24일(현지시간) 본격 시작되면서 수용소 철거에 반대하는 난민들과의 충돌이 격화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상ㆍ하수도 시설 조차 없는 열악한 시설로 ‘정글’로 불리던 칼레 난민수용소의 폐쇄와 난민 분산 수용을 통해 난민 관리를 정상화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영국행이 코앞에서 좌절된 난민들은 수용소 철거를 격렬히 반대하면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BBC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이날 오전8시 포크레인 등 중장비를 동원해 칼레 난민수용소에서 텐트들을 허무는 것을 시작으로 수용소 폐쇄작업에 착수했다. 짐 가방을 손에 든 난민들이 새벽부터 텐트 밖으로 나와 불안한 눈빛으로 다른 곳으로 이송되기를 기다리는 모습이 군데군데서 보였다.
프랑스 정부는 이날 1차로 버스 60대를 동원해 난민 약 3,000명을 전국 난민시설 450여 곳에 분산하는 이주 작업을 진행하는 등 이번 주말까지 수용소 철거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프랑스 정부는 앞서 전단지를 통해 칼레수용소 난민들에게 “다른 지역으로 분산 수용되는 것을 받아들이거나 피난 나온 고국으로 다시 돌아가는 방법 밖에 선택지가 없다”고 통보했다.
영국에서 해저터널로 불과 약 48㎞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칼레 난민수용소에는 시리아와 에티오피아, 수단 출신 등의 난민 약 6,900명(구호단체 추산 1만명)이 영국 행을 기다리며 체류해왔다. 하지만 영국이 올 6월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를 결정하면서 난민들의 영국 행이 막힌데다 칼레 난민수용소의 열악한 시설이 국제적으로 문제가 되자 프랑스 정부는 최근 폐쇄를 결정했다.
하지만 영국 행이 좌절되며 갈 곳을 잃은 난민들은 프랑스 정부의 강압적인 수용소 철거결정에 반발하며 진작부터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AP통신은 “프랑스 정부가 분산 수용하는 지역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바람에, 대도시가 아닌 난민에게 적대적인 시골로 이송되거나 아예 감옥 같은 창고 건물에 격리된다는 소문이 난민들 사이에 돌고 있다”며 “철거작업이 진행될수록 난민들의 불안이 극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22일에는 수용소 철거에 반대하는 난민 50여명이 경찰을 향해 화염병과 돌을 던지며 시위를 벌여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진압에 나서기도 했다. 한 프랑스 난민단체는 “난민 2,000여명 정도가 칼레수용소를 떠나길 거부하고 있다”고 BBC에 말했다.
더욱이 프랑스 일부 인권단체들은 이번 분산 수용 과정 중 발생할 수 있는 보호자가 없는 미성년 난민에 대한 안전 문제 등을 지적하며 난민들의 철거 반대 시위에 합세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 프랑스 시민단체 대표인 리즈 클레이그는 “보호자가 없는 평균 8살 정도의 미성년 난민들이 칼레 수용소에 1,200명 정도나 된다”며 “자기 보호를 하기 힘든 이들이 성인 난민들과 함께 휩쓸리듯 분산 수용되면서 인신매매나 길거리로 내몰릴 위기에 처했다”고 비판했다. 프랑스 정부는 이에 따라 이날 “폭동 진압 경찰 1,250명을 칼레 난민수용소에 전면 배치했다”며 “철거 과정 중 발생할 수 있는 소요 사태에 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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